Lee Hanbum

Engineering

사라지는 하루

지은이 박보마
편집 이한범
디자인 강문식
펴낸곳 나선프레스
발행일 2022년 6월 1일
크기 260 x 315 mm
제본 사철양장
면수 104쪽
ISBN 979-11-965400-7-4
가격 38,000원

abut

우연히 컵이 넘어지며 담겨 있던 물이 흘러 내렸다. 물방울의 표면에 빛이 반짝이는 순간, 물방울 너머에 숨어 있던 다양한 형태들이 발견된다. 신비로운 형태들을 좇는 동안 하루라는 시간이 꿈처럼 흘러간다. 사라지는 하루는 홀연히 나타났다 사라지길 반복하는 하루라는 시간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고, 이름 짓기 어렵고 무엇이라 말하기 어려운 존재들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세상엔 여전히 우리가 알아채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하는 미지의 존재들로 가득하며, 그것들은 자신의 시간 속에서 생동하고 있다.

책 속에서

“이 형태들은 하루를 사라지게 하기 위해 나타났습니다. 오랫동안의 관찰에 따르면 이 형태들은 꿈 안에, 속눈썹 사이에, 고양이의 기억과 나비의 내장 속에, 별빛과 바람 위에, 마른 음식 속에, 발톱에 끼어 있는 먼지로, 추운 이빨들 사이에… 숨어 있다가, 모여 있는 물을 만나 자기 모습을 드러냅니다. 현재까지 발굴된 개체는 약 100여 종이지만, 가늠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종이 생성과 소멸을 반복한다고 합니다. 하루를 보내는 이 형태들은 매일 관찰됩니다.”

저자 소개

박보마는 세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감각을 물질에 비추어 보는 미술가입니다. 이를 위해 디지털, 웹, 미디어, 설치, 오브제, 장식, 드로잉, 우발적인 이벤트, 멜로디, 향 등 다양한 매체를 사용하지요. 박보마의 이야기는 fldjf studio, Boma Pak by WTM deco, receptionist R 등 목적에 따라 여러 정체성을 통해 전해집니다.

출판사 서평

우리가 알지 못하는 미지의 존재들을 어떻게 볼 수 있을까?
그것들은 어떤 시간을 살아갈까?
미술가 박보마가 안내하는 신비한 형태들의 세계

사라지는 하루에는 우리에게 익숙지 않고 무엇이라 설명하기 어려운 형태가 가득 자리하고 있습니다. 사람의 눈, 수레바퀴, 천사의 날개, 말라버린 무화과, 꽃잎, 검은 고래처럼 이미 알고 있는 무언가와 닮은 것들을 종종 발견할 수 있을 뿐입니다. 이 책은 낯선 존재들로 가득한 하루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여러분의 하루에는 낯선 것들이 얼만큼 자주 등장하나요? 어쩌면 그것들은 언제나 가까이 있지만, 어떤 이유에서 우리가 보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혹은 그것들과 함께하는 방법을 잊은 것인지도 모릅니다.

낯선 형태들의 세계로

사라지는 하루는 표지에서부터 곧바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어슴푸레하게 밝은 하늘을 배경으로 물이 반쯤 들어 있는 컵이 테이블 위에 서 있습니다. 무언가에 의해 컵이 넘어져버리고, 물이 흥건히 흘러 내립니다. 그러다 갑자기, 물방울의 표면에 비친 빛이 물별처럼 부서지며 ‘반짝’하자, 우리는 세상의 모든 표면들이 감추고 있던 신비로운 형태들의 세계로 들어가게 됩니다. 이 마법의 주문 같은 특별한 한 순간을 통해 여행하게 되는 어떤 세계에 관한 이야기가 뒤이어집니다.

박보마는 세계가 존재하는 방식, 그리고 우리가 세계를 인식하고 거기에 참여하는 방식에 대해 줄곧 탐구해 온 미술가입니다. 물질이 영속하고 불변하는 것으로 여겨지며 상품화되는 세계의 규칙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일시적이고 표면적으로 감각되는 세계, 경계 없는 물질들의 세계라는 원형성을 찾아 나갑니다. 사라지는 하루는 이와 같은 박보마의 예술적 탐구를 동화적인 형식으로 재구성한 작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동그라미, 세모, 네모가 아닌 형태들

무엇보다도 이 책의 매력은 바로 100여개가 넘는 비정형의 형태들과 그것들의 생동감 넘치는 구성일 것입니다. 이를 그저 상상력이 그려낸 무언가로 여기기 보다는, 우리가 잊음으로써 볼 수 없었던 현실의 한 모습이라고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동그라미, 세모, 네모라는 기본적인 형태를 알고 나면 우리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물에서 동그라미, 세모, 네모를 찾을 수 있고 곧 그 형태들로 사물을 인식하게 됩니다. 그런데 어떤 사물이 동그라미도 아니고 세모도 아니고 네모도 아니라면,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인식하고 설명할 수 있을까요? 복잡하고 모순된, 진실한 다양한 존재들이 점점 더 현실의 바깥으로 밀려 나가는 오늘날 『사라지는 하루』는 이처럼 추상화 할 수 없는 존재들이 있음을 말하고 그들의 세계로 우리를 안내합니다. 그것은 우리의 편의대로 단순화할 수 없이 개별적이고, 영원하지 않고, 곧 변화할 형태들입니다. 이 형태들은 우리가 인식하지 못했을 뿐 여전히 세계를 구성하고 있던 존재들일 것입니다.

사라지는 하루, 반복되는 하루

사라지는 하루는 하루라는 시간을 배경으로 삼습니다. 하지만 어디에서도 우리가 익숙히 하루를 이해하는 ‘24’라는 단위는 찾아볼 수 없지요. 오직 시시각각 변화하는 색의 점이 지대만이 있을 뿐입니다. 이 책이 구성하는 하루란, 누군가에 의해 주어진 계량화된 단위가 아니라 미지의 낯선 존재들이 등장하고 사라지는 동안을 의미합니다. 무언가가 등장하고 사라지는 공간으로서의 하루는, 그렇게 무언가가 등장하고 사라짐을 통해서 만들어집니다. 하루가 바로 그러한 것일 때에만 그 다음의 또 다른 미지의 낯선 형태들이 어디가에서 제 모습을 드러낼 수 있을 것입니다. 사라지는 하루를 살펴 보며, 미지의 존재들과 함께 하는 나의 시간을 새로이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