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e Hanbum

Murmuring

언젠간 계단을 걸어 올라가야만 나타나는 서점에 대해서 글을 써야 한다는 생각을 오랫동안 하고 있다. 5년 전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목적과 이유 없이 2주를 머문 적이 있었다. 비엔나는 과거 제국의 중심이었던 탓에 어디에나 몰락의 흔적이 있는 아름다운 도시였다. 낡은 건물 2층에 있었던 이름은 기억나지 않는 오래된 중고서점에 들러 오래된 이야기인 것이 분명한 동화책을 몇 권 샀다. 나는 낯선 도시에 가면 그 도시를 이해하기 위해 가장 먼저 서점들을 찾는다. 읽을 수 없고 이해할 수 없는 글자로 쓴 책들 뿐이지만 결정적 단서는 언제나 그곳에 있었다. 한국에 돌아오고 한참 뒤 내가 자주 가게 되는 서점은 모두 계단을 걸어 올라가야만 나타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좋은 책들 아니 강렬함을 가진 책들의 서점은 왜 계단을 올라가야 나타날까? 강렬하다는 건 그런데 뭘까? 언젠가 강렬함에 대한 책을 쓰고 싶다. 추측해보자면 그런 책들은 잘 팔리지 않으니 월세가 싸야만 했을 것이고 서점은 위로 더 위로 올라갔을 것이다. 모든 모험 이야기에는 모험을 모험이게끔 해주는 전이과정, 주인공을 이 세계에서 저 세계로 보내주는 문이나 길이 있다. 계단을 걸어 올라가야만 나타나는 서점은 이 세계의 거주자인 나조차도 언제나 이방인/방랑자가 될 수 있게 해줘서 좋다. 하물며 그 계단이 나선형이라면 너무나도 완벽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