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e Hanbum

Talking

추적하는 글쓰기

IAP 큐레이터 스쿨 2021 글쓰기 워크숍
주최 인천아트플랫폼
기간 2021년 6월 10일-8월5일
참여 갈유라, 김가현, 김나현, 박유한, 박이슬, 손의현, 이나영, 이솜이, 전현지, 추수희, 함연선

 

syllabus

글쓰기는 내가 본 것에 대한 재현의 방법이기도 하지만 내가 알지 못하는 것으로 나아가는 인지의 방법이기도 하다. 무엇을 말할 것인 가, 즉 의지를 수행하는 문제이기도 하지만 무엇을 말할 수 있는가, 즉 진실의 생성에 대한 문제이기도 하다. 당연히 여기에는 말해질 수 없음 또한 포함된다. 추적하는 글쓰기에서는 글쓰기를 일종의 추적술로 상정한다. 조사와 추측, 관찰과 해석, 증거들의 조합과 합성이 추적의 과정에서 이루어질 것이다. 이는 흥미진진한 길 찾기 이자 이야기를 발견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리하여 미술이라고 하는 긴장의 상황을 섬세히 다루는 일로서 글쓰기를 제안하고자 한다.

compass

탐정 소설의 독자는 많은 의심과 불신 속에서, 또는 특별한 의심을 품고서 책을 읽기 때문입니다.

이제 우리는 탐정 소설을 지적인 장르로 간주합니다. 그것은 완전히 허구적인 것을 바탕으로 하는 장르입니다. 그것은 범죄가 추상적인 추론과 논거에 의해 밝혀지는 것이지, 밀고나 범인들의 부주의 때문에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보여줍니다. 포는 자기가 쓰는 글이 사실주의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나는 탐정 소설을 옹호하기 위해 아무것도 옹호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제는 다소 경멸적으로 읽히지만, 그것은 무질서의 시대에 질서를 보존하고 있습니다.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어떤 전망을 볼 때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주요한 특징을 찾는 것이다. 특히 눈에 띄거나 특이한 지형지물이 있으면 자동으로 그쪽으로 눈길이 간다. 이런 지형지물은 기억에도 잘 남고 그 형태를 묘사해 주는 이름도 있게 마련이다. (…)눈에 잘 띄는 지형지물에 집중하다 보면 불행히도 사소한 실마리들을 놓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잘 아는 경관을 떠올린 다음, 머릿속에 떠오르는 지형지물이 몇 개나 되는지 세어보자. 다음에 다른 사람과 그곳에 가게 되면 각자 눈에 띄는 것의 목록을 만드는 시합을 해보라. 무너진 벽이며 나무, 바위, 산마루 등이 점차 눈에 들어올 것이다. (…)눈에 덜 띄는 지형지물의 특징을 적는 것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 연마해야 하는 습관이다. 내가 함께 다녀본 사람 중에서 이미 이런 습관을 들인 이들은 딱 세 부류, 화가와 경험 많은 군인, 그리고 원주민이었다. 아무래도 주변 환경의 복잡한 특성을 연구하는 일이란 현대인에게 굉장히 어렵고 부자연스러운 일인 모양이다. (…)중요한 것은 잠재된 예술적 자질이 아니라 사물을 보고 알아차리는 기술을 연습하는 것이다.
트리스탄 굴리

베일을 찢는 감각, 앎의 불투명함을 헤치고 나아가는 감각, 불확실했던 긴 여행을 거쳐 드디어 존재들과 사물들의 본질에 가 닿는 감각
아를레트 파르주

그것(큐레토리얼)은 우리가 지식의 사건이라고 부르는 것을 생산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모이는 일련의 기존 지식입니다. 서로 다른 지식이 상호 작용하는 순간은 개별 지식이 지식으로서의 자리를 초월하는 무언가를 만듭니다. 큐레토리얼은 지식의 사건에 참여하는 모든 것을 서로 관련하여 생각하는 능력 인 것 같습니다.
이릿 로고프

에세이는 아무런 형식도 없는 것으로부터 어떤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과거에 생생히 살아 있었던 것을 단지 새롭게 다시 배열하고 정리하기 때문에 에세이는 그러한 것에 묶여 있고, 그러한 것에 대해 언제나 ‘진실’을 말해야 하며 또 그러한 것의 본질에 대한 표현을 찾아내야만 한다.
게오르크 루카치

발견이란 우리가 가진 단서가 가리키는 숨겨진 실체를 감지함으로써 지속되는 행위이며, 같은 맥락에서 숨겨진 실체를 명시적으로 드러냄으로써 종료되는 것입니다. 발견을 통하여 실체를 파악한다고 했을 때, 그것은 실재한다고 여겨졌던 실체가 의외의 영역에서 예기치 않게 발현되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언어적 명징성이 복잡하게 얽힌 문제들을 이해하는 데 얼마나 방해가 되는지… 사물을 종합적이고 실체적으로 보지 않고 요소들만 면밀히 관찰한다면 그 사물이 지니는 의미가 지워져 버립니다. 그러면 그 사물을 파악하는 우리의 관념은 아예 파괴되어 버립니다.

우리는 요소와 부분을 지나치게 과장하여 집착하게 되면 그 요소와 부분들로 이루어진 활동의 패턴이나 전체를 파악할 수 없게 됩니다.

부분들의 명시적인 결합이 암묵적 통합에 필적할 수 없습니다.
마이클 폴라니

Ryan Gander, Locked Room Scenario,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