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e Hanbum

Talking

《오프사이트》 참여 작가들과 함께하는 대화

장소 아트선재센터
일시 2023년 9월 21일 (목)
참여 오종, 최고은, 현남

 

questionnaire

1. ⟪오프 사이트⟫ 신작 작품에 관하여

작품이 놓이는 공간을 각각 선택하게 된 과정은 어떠했는지?
각 공간에 개입되는 작품은 어떻게 구상되었는지? 재료와 형식 등의 선택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조각 오브제를 공간에 최종적으로 자리잡게 한 시간에 대한 반추: 어떤 조정의 과정이 있었고 어떤 상황들을 주요하게 인식 했었는지?

2. 이번 전시 작업에 관한 이야기에서 ‘장소’에 관한 보다 확장된 논의로 넘어가기 위해 다음의 글을 제가 읽어보면 어떨까 합니다.

“[건축과 전시] 사이의 갈등은 모든 훌륭한 미술관에서 밀고 당기기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누군가는 이렇게 물어야 한다. 미술관 건축은 단순히 전시를 담는 그릇인가? 아니면 끊임없이 변화하는 예술적 실천과 큐레토리얼 실천에 필요한 안정적인 프레임 그 이상인가? 놀랍게도 미술관 건축은 – 안정화라는 미술관의 의제에도 불구하고 – 영구적인 변화라는 논리(와 모순어법)를 따른다는 사실이 상세한 리서치를 통해 밝혀졌다. 다시 말해 영화 상영, 퍼포먼스, 심포지엄, 미술 교육, 카페, 서점과 아카이브와 같이 점점 더 다양해지는 그 프로그램의 혼합 양상을 수용하기 위해 전시 공간 내부를 재건축하고 재조정한다는 논리가 그것이다. …

이처럼 시간에 기반하여 성장하는 이 미술 기관은 개별적인 부분들을 집합적으로 합친 데서 넌지시 별자리를 내비친다. 이러한 접근법은 (전시 공간, 사무실, 수장고, 화장실, 강당, 카페 등을 갖춘) 미술 기관의 청사진이란 모름지기 한 명의 작가(전통적으로 한 명의 건축가)가 설계한 통일성 있는 개체를 이룬다는 가정을 거부한다. 대신에 이러한 방식은 공간을 건축가들이 아니라 예술가들이 만들어내는 자율적이면서도 서로 연관된 구성요소들로 나눈다. 그렇게 함으로써 미술 기관은 역동적인 형태로 공간을 운영하게 되며, 그 점이 아트선재센터를 진정한 타임머신으로 바꾸어줄 것이다.”

  • 니콜라우스 히루쉬, 미헬 뮐로, 「건축과 전시 / 전시로서의 건축, 새로운 아트선재센터」,『건축과 전시 / 전시로서의 건축, 새로운 아트선재센터, 서울: 사무소, 2015년, 93-94쪽; 『커넥트: 아트선재센터 1995-2016』, 아트선재센터, 2018. 80-82쪽.

3. ‘장소의 재구성’이라는 주제를 말하기 위해 작업을 통시적으로 살펴보기

역사적으로 접근해보자면, 아트선재센터는 장소의 문제를 다루는 큐레토리얼 실천을 지속해왔다. 공간 프로젝트 이외에도 주차장 프로젝트(1999-2003), 바깥 프로제트(2000)등이 이런 것과 관련된다. 이번 전시에 관한 글에서도 다음과 같은 의미심장한 글귀가 있다. “장소를 탐험한다는 것은 그 장소를 구성하는 공간의 논리를 파헤쳐보는 것이다. 목적과 용도에 맞게 만들어지는 장소는 매번 어긋난다. 그 지점에서 그들은 새로운 이야기들을 만들어낸다”(『오프사이트』, 아트선재센터, 2023, 19쪽)

‘장소를 구성하는 논리를 파헤쳐보는 것’에 있어서, 세 분의 조각가는 각기 다른 인식론과 방법을 구축하고 있으며, 관찰하는 범주도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오종) 특정한 건축적 공간에 대한 집요한 관찰에서 비롯한 작업을 하신다. 특히 리듬이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하시는 것이 흥미롭다. 작가님의 작업은 리듬을 반복하는 것인가, 재생산하는 것인가, 거기에 개입하는 것인가? 나아가, 리듬을 다룬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이전에도 다른 여러 기관들에서 수행했던 공간 프로젝트를 함께 살펴보며 얘기해봐도 좋겠다.

(최고은) 초기에는 냉장고나 에어컨 같은 사물을 그대로 절단하거나 해체하여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조각적 오브제를 만들어 오시다가, 보다 최근에는 파이프를 다루기 시작하면서 작업이 보다 추상화되어가는 것 같다. 이에 따라 작품이 환기시키는 장소 또한, 내 집 혹은 주변의 환경에서 도시적 인프라, 그러니까 조금 더 비가시적이고 광범위한 연결 구조로 확장되는 것 같다. 이러한 변화에 대해서 얘기해보고 싶다.

(현남) <연환계>는 지난해 부산비엔날레에서도 선보였던 작품이다. 그때의 작업과 이번 작업에서 어떤 차이가 있었을까?

4. 조각의 한계 중 하나는 물질과 실재하는 공간을 조건삼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번 <오프 사이트> 전시가 <싹>(1995)을 참조하고 있는데, 약 30여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조각가의 현실 인식과 조각으로서 장소를 다룬다는 의미는 많이 바뀔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어쩌면 난처하고 무력할 수도 있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역할을 가지게 된 시대일 수도있을 것 같다. 이에 관해 작가로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다.

발췌 자료

“제목부터 ‘시초’ 혹은 ‘시작’을 비유한 <싹>(1995)은 곧 철거될 기존 건물을 전시 공간으로 활용한 장소 특정적 전시로 이불, 최정화, 이동기 등 당시 20-30대의 ‘젊은’ 국내 작가들의 설치 작업을 주로 선보였다…

… 돌이켜보면 <싹>은 변화, 혼합, 혼돈, 희망 등 당시 가장 동시대적인 한국의 미와 정신을 담아내었던 것 같다. 새로운 현대미술관 건물이 들어설 소격동 한옥집에 동시대 작가들의 최근작을 전시함으로써, 서울 옛터의 과거와 미래뿐만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가 일어나는 현재진행형의 순간들까지 기념하고 표현하였다. 이 전시에서 중요한 요소였던 장소 특정성과 프로덕션 및 커미션은 이후 아트선재센터 전시 방법론의 기초가 되었다.”

  • 『커넥트: 아트선재센터 1995-2016』, 아트선재센터, 2018. 284-285쪽.

“이들의 작업은 28년 전 장소-특정적 실천과 어떠한 차이를 드러내는가?”

  • 「오프」, 『오프사이트』, 아트선재센터, 2023, 35쪽.

“우리가 감각하고, 사고하며, 소통하는 모든 행위에 전제 조건이 되는 시공간적 조건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는 우리에게 어떠한 새로운 존재 양식을 요구하는가? 현대 조각의 역사는 이러한 질문에 대해 끊임없이 답해왔다. 1995년을 살았던 작가들이 주어진 공간의 역할에 응답하며 그 안의 복잡한 서사를 끄집어내고자 했다면, <오프사이트>에서 작가들은 위태롭게, 그러나 아직도, 여전히 중력의 작동 아래 존재하는 동시대 시공간적 조건에 대해 자신들만의 언어로 우리에게 화두를 건넨다.”

  • 「1995-2023」, 『오프사이트』, 아트선재센터, 2023, 3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