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e Hanb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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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의 집

발행 나선프레스
글쓴이 고우, 공기, 김경묵, 김기영, 김민엽, 단편선, 박재이, 이한범, 유지완, 최승윤, 최태현, 함윤이, 홍명교, 홍샤인
편집 이한범
디자인 강문식
발행일 2019년 11월 21일
크기 130 x 180 mm
페이지 112
ISBN 979-11-965400-4-3(43810)
가격 12,000원

about

유령의 집에 담긴 24편의 이야기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서울을 다룬다. 이 책을 기획한 사운드 프로젝트 소닉픽션은 서울을 하나의 ‘유령의 집’으로 상정하였다. ‘유령의 집’이란 공간은 눈에 보이는 풍경, 사물들 뿐만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들과 알 수 없는 힘이 들끓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바로 그러한 서울의 리얼리티를 이야기로 추적해보는 시도다.

때문에 유령의 집의 이야기들은 서울의 잘 보이지 않는 장소를 배경으로 삼는다. 젠트리피케이션화 되어가는 모습을 언뜻언뜻 묘사하기도 하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기괴하고 뒤틀린 경험을 강조한다. 곧 이내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아슬아슬하고 미스터리한 상황, 빠져나올 도리가 없는 촘촘한 미로, 비상식적이고 비윤리적인 사건이 이어지는 시간과 장소의 질감은 모든 이야기에 깊이 스며든 공동의 감정에서 비롯된다. 그리고 그것은 유기적인 플롯을 가진 서사물이 아니라 소통 가능한 언어의 사용으로부터 비켜서서 정상성의 형식 자체를 해체하려는 여러 이야기에서 발견된다.

유령의 집은 ‘몸’, ‘집’, ‘꿈’, ‘박스’, ‘밤’ 다섯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앞에서 뒤로 읽어 나갈수록 언어의 선명도는 떨어지고 이야기의 복잡성이 증가한다. 촘촘하던 것이 느슨해지며 구멍이 숭숭 뚫린 구조 사이로 온갖 소음이 스며들 것이다. 어쩌면 그것은 이 시대를 구조화하는 알고리즘에 대한 의식적인 거부처럼 보이기도 한다. 또 몸이라는 구체적이고 물질적인 것으로부터 밤이라는 모든 사건의 가능성을 내포한 추상적인 시공간으로 나아가는 동안, 이 책의 서사는 우리가 사는 도시의 풍경을 경유해 꿈의 상상과 돌아 나올 길 없는 미로로 잠입한다.

‘유령’을 구체적인 언어나 형태로 지시할 수 없는 것처럼, 『유령의 집』 또한 텍스트와 책이라는 형식을 활용해 그 실체 없는 상태가 환기되기를 의도했다. 책을 읽는 경험에서 ‘으스스한 것’이 배어나올 수 있도록, 서울이라는 ‘유령의 집’처럼 거기에는 보이지 않는 힘들이 미묘하게 스며 있음을 알 수 있도록 말이다.

소닉픽션은 이 이야기들을 재료 삼아 39개의 음악을 만들었다. 소리와 목소리는, 진동하는 이 운동은 또 다른 방식으로 서울에 살고 있는 우리의 몸을 울릴 것이다. 이 책은 여러 픽션들 사이를 널뛰고 그것들을 가로지르게 해주는 플랫폼이다.

interview

39곡을 통해 만난 서울의 이면, 소닉픽션의 [유령의 집]

ghost house(2019)

Apple Music
Melon
Genie
Bugs
Soribada
Naver Music
FLO
VIBE

책 속에서

이야기를 채집하기 위해 서울을 가로질러 버려진 풍차가 있는 바닷가로 갔다. 도시의 냄새와 바다의 냄새가 뒤섞인 바닥에는 빙글빙글 돌아가는 풍차의 그림자가 어른거렸다. 하지만 낮게 퍼지는 진동에서는 딱히 건질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소리를 읽는 것은 무의미했고, 빈손으로 서울로 돌아갔다. 얼마 후 그림자는 빛으로 가득 찬 밤으로 스며들어서 말과 음악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림자에서 무언가가 꿈틀댔다. 낮의 어둠과 밤이 이어지며 현실과 얽힌 꿈과 악몽이 침묵에서 소음으로 나아갔다. 이 덩어리에서 이야기는 시작되었다. 이야기는 현실과 꿈과 악몽이 뒤얽힌 덩어리를 묘사하고 파괴하 또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그러자 이야기는 음악과 나란히 놓였다. 이야기를 읊는 목소리와 노랫말을 읊는 목소리가 뒤섞이자 길거리의 가로등이 하나씩 꺼졌다. 그림자에서 태어난 목소리가 밤을 헤엄쳐 가길 바란다. 지금 여기에 없고 어긋난 시간을 가진 이들을 밤의 깊은 곳에서 만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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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photos by 함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