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e Hanbum

Engineering

ONE AND J. +1 PROGRAM #01v

tricycle 기획 스크리닝 프로그램

  • 일시: 2019년 4월 14일-28일 16:00
  • 장소: 원앤제이 플러스원

참여 작가 및 작품

최영인 도망가는 서랍과 동그란 관객(2017)
송해민, 허현정 부동산(2018)
류한솔, 크리크리 메리크리 스마스(2018)

curatorial

무빙 이미지에 대한 기억하기는 꿈에 대한 기억하기와 엇비슷하다. 아무리 생생한 꿈이라 하더라도 우리의 기억은 드문드문 되돌아오는 몇몇의 이미지만을 가지게 될 뿐이라는 점에서 말이다. 저 멀리 달아난 꿈의 전체는 그 몇몇의 이미지와 이미지들 사이의 빈 공간을 통해 오랜 시간에 걸쳐, 혹은 단숨에 재구성된다. 꿈이라고 하는 것은 바로 이와 같은 서사성의 다른 이름이고, 이미지와 이미지의 부재라는 간격 안에서 꿈틀대고 끊임없이 갱신된다. tricycle이 마련한 이번 스크리닝 프로그램은 이와 같은 꿈의 서사를 방법론으로 가져온다. 각각의 작품을 명시적인 주제 아래 촘촘히 밀어 넣거나 저마다의 역할을 할당하며 교육적인 지식에 소요시키기보다는 스크린 사이의 거리를 가능한 널찍하게 조정함으로써 작품들의 이미지를 경유하는 서사에 주목해보기 위한 시도다. 이 보기의 경험은 개별 작품의 오디오-비주얼 이미지가 조건이 되는 영화적인(cinematic) 시공간에 뒤따른다.

크리스마스라고 하는, 욕망이 들끓는 세속화된 종교적 기념일에 자기 자신의 가짜 신체를 파괴하고 그 파편과 조야한 장식품을 뒤범벅 시키며 축하하는 기나긴 시퀀스(크리크리 메리크리 스마스)는 우리를 매혹시킨 첫 이미지다. 온건한 정상성을 비웃듯 돌출한 제도 밖 이미지는 여덟 개의 웅얼거리는 사적인 목소리들(부동산)과, ‘동그란’ 관객에서 시작하여 생존을 위해 도시의 가장 어두운 어딘가로 숨어들고자 한 ‘서랍’으로 이어지는 사물 세계의 기묘한 이야기(도망가는 서랍과 동그란 관객)로 나아갔다. 이 작품들이 당대 한국 사회의 어떤 풍경을 반영하고 그에 개입하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면, 스크리닝이 이루어지는 전시장에서의 시간은 바로 그러한 이미지를 통한 제 2의 서사가 경험되는 장소일 것이다.
(이한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