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e Hanb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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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 생각 삼각

발행 나선프레스, 서울시립미술관
글쓴이 김정현, 박솔뫼, 유민경, 이한범, 장혜정
드로잉 강서경
편집 이한범
번역 전효경, 조나영
발행일 2019년 10월 7일
크기 210 x 275 mm
페이지 112
디자인 홍은주, 김형재
ISBN 979-11-965400-0-5
가격 18,000원

about

사각 생각 삼각은 2019년 10월 8일부터 2020년 3월 10일까지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어린이갤러리에서 진행되는 강서경 작가의 전시 사각 생각 삼각과 함께 만들어졌습니다. 동시대 미술의 가치를 보다 정확한 언어로 설명하고 이야기의 힘을 따라 나서는 나선프레스의 첫 출판물입니다. 이 책은 전통과 사회 속 개인의 가능성을 믿으며 회화의 개념을 확장시키는 강서경 작가의 예술 세계를 어린이 시민들과 함께 즐기기 위해 쓰였습니다.

전시를 이야기로 경험하기!

사각 생각 삼각은 크게 세 부분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첫 번째 ‘사각’ 부분은 박솔뫼 작가의 이야기 차미 새미 보미입니다. 고양이가 되고 싶은 새미와 보미가 차미를 따라 고양이 꼬리를 파는 백화점으로 떠나는 긴 하루 동안의 여행 이야기입니다. 차미와 새미와 보미는 이 여행에서 모래를 만지고, 네모난 사각형을 유심히 기억합니다. 사각 생각 삼각의 전시장에는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사물들이 은밀히 숨어 있고, 차미 새미 보미의 독자는 차미와 새미와 보미처럼 전시장을 거닐며 멋진 여행을 즐길 수 있습니다.

어린이와 함께 읽는 현대미술의 개념들

두 번째 ‘생각’ 부분에는 미술비평가 이한범과 큐레이터 장혜정이 강서경 작가의 예술 세계를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는 18개의 키워드를 선정해 3개씩 짝을 지워 쓴 6개의 글이 있습니다. 이 안내문은 강서경 작가의 예술 세계를 설명할 뿐만 아니라 전통, 시각성, 회화, 조각, 관객성, 신체, 추상 등 현대미술을 관통하는 핵심적인 개념을 다룹니다.

미술에, 그리고 나의 ‘자리’에 질문을 던져 보기

마지막 ‘삼각’에서는 미술비평가 김정현이 강서경 작가에게 있어서 회화란 무엇인지에 대해 질문하고 대답합니다. 이 글을 통해, 또 이 글이 안내하는 강서경 작가의 미술을 통해 우리는 오늘날 회화의 개념이 어떻게 변하는지, 나아가 미술이 무엇인지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미술이 단지 아름다움을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생각하고 움직이는 방식을 제안한다는 것을 사각 생각 삼각은 강서경의 미술을 통해 우리에게 알려줍니다.

목차

2 차미 새미 보미 (박솔뫼)
66 사각 전통 보기
72 크기 무게 이야기
76 쌓기 감기 엮기
80 자리 나 움직이기
85 풍경 걸음 생각
91 추상 상상 보편주의
98 제 자리에서 (김정현)
108 사랑하는 에바에게 (유민경)

책 속에서

벽을 지나 걷다 보니 수염 가게가 나왔다. 어떤 곳은 고양이가 고양이 수염을 팔고 있었고 어떤 곳은 사람이 고양이 수염을 팔고 있었다. 새미와 보미는 고양이 수염을 구경했다. 바닥에는 모래가 얇게 깔려 있었다.
“꼬리를 사는 김에 수염도 사는 게 어때?”
이 말을 하는 차미의 얼굴은 자신만만해 보였고 수염은 무척 멋있어 보였다.
“수염도 살래.”
새미는 고양이에게 고양이 수염을 샀다. 새미는 코 밑에 고양이 수염을 붙였다. 수염을 단 새미는 연습했던 고양이 울음소리를 내었다.
먀먀먀먀 먀오
오오오 우우우
미야아아아아아 우우우

  • 박솔뫼, 차미 새미 보미, 23쪽-24쪽

또 다시 크기가 다른 사각형이 겹친 무늬의 벽이 나타났고 셋은 아까처럼 나란히 서서 벽을 긁기 시작했다. 보미는 새미보다 크고 새미는 차미보다 크다. 셋은 나란히 서서 벽을 긁는다. 그곳이 각자의 자리인 것처럼 한 자리에 서서 벽을 긁는다. 보미는 이 무늬를 꼭 기억해두고 싶었다. 집에 가서 다시 그려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한참을 벽을 긁던 셋은 다시 문을 찾기 시작했다.

  • 박솔뫼, 차미 새미 보미, 52쪽

우리가 사는 세상은 온통 사각형 투성이에요. 네모난 건물과 네모난 식탁, 네모난 길과 네모난 냉장고, 네모난 간판과 네모난 문, 네모난 칠판과 네모난 픽셀까지! 이렇게 수많은 사각형들 중에서도 가장 재미있는 것은, 우리가 보는 수많은 이미지의 대부분이 사각형 안에 들어있다는 사실이에요. 네모난 책에는 글이 있어요. 네모난 캔버스에는 그림이, 네모난 영화관 스크린에는 영화가 있어요. 스마트폰에는 사진도 있고 유튜브 동영상도 있죠. 세상에는 왜 이렇게 사각형이 많을까요? 또 왜 많은 이미지는 사각형 안에 있는 걸까요? 사각형은 도대체 무엇일까요?

  • 이한범, 장혜정, 사각 전통 보기, 66쪽

할머니의 휘청거리는 몸과 굽은 등의 모양을 닮은 이 조각에는 여성으로서 한 시대를 살아온 할머니에 대한 애틋한 마음과 존경이 담겨 있습니다. 강서경이 가장 처음 만들었던 그랜드마더 타워는 할머니의 키만한 높이였어요. 그리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 강서경의 마음 속에 두고두고 떠올리는 할머니에 대한 기억과 감정이 변화하면서 그 조각은 더 커지거나 새로운 모양과 무게를 가지며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어요. 그렇게 할머니를 향한 마음은 언제나 현재의 강서경에게 가장 사적이면서 소중한 이야기가 되어 끝나지 않고 계속 만들어지게 된답니다

  • 이한범, 장혜정, 크기 무게 이야기, 74쪽

전시장은 참 재미있는 곳이에요. 내가 걷는 걸음의 동선에 따라서, 내가 보는 장면에 따라서 전시에 대한 경험은 매 번 달라지죠. 하나의 작품을 보고 다음에 무엇을 볼지, 또 그 다음엔 무엇을 볼지는 내가 선택할 수 있어요. 한 작품 앞에서 얼마나 오래 머물렀나요? 천천히 걸었나요, 빨리 걸었나요? 어떤 작은 부분을 유심히 살펴 보았나요? 어떤 소리에 귀 기울였나요? 혹시 낯선 냄새는 나지 않았나요? 전시장이란 바로 작품을 경험하는 내가 주인공이 되는 장소예요. 나의 선택은 다른 누구와도 같지 않은 나만의 기억을 만들어준답니다. 낯선 도시를 탐험하는 것처럼 샅샅이 구석구석을 살펴볼 수도 있고, 친구와 수다스럽게 얘기하며 무심히 작품을 지나칠 수도 있어요.

  • 이한범, 장혜정, 풍경 걸음 생각, 87쪽

추상 능력은 인간이 사고하는 방식에 있어서 핵심이라고 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일기를 쓰는 것은 하루에 대한 추상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어요. 하루 중 일어난 수많은 사건이나 감정들 중 몇 부분만을 기억하고 기록하니까요. 그러니 이렇게 생각해볼 수도 있어요. 우리의 몸 자체가 추상화 과정을 위한 일종의 기계라고 말이에요. 그런데 눈과 귀를 비롯한 우리의 신체의 감각기관이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고 느끼지 못하는 영역이 있다는 것은 모두 잘 알고 있을 거에요. 빛이 들지 않는 어두운 동굴에서는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또 지구가 돌아가는 큰 소리를 듣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에요. 이미 우리가 지각하는 세계는 신체라는 기계를 통해서 걸러져 전달된 것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 이한범, 장혜정, 추상 상상 보편주의, 93쪽
사진: 함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