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e Hanbum

Engineering

이것은 부산이 아니다: 전술적 실천

edition notice

김소슬, 김수정·이봉미, 김은주, 나까, 문재원, 박미라·창파, 오민욱, 이한범, 최승현
편집 이한범, 김소슬
디자인 강문식
사진 하영문, 스튜디오 정비소
번역 서울셀렉션, 신혜린
면수 258
발행 부산현대미술관
ISBN 979-11-90548-28-1

about

이것은 부산이 아니다: 전술적 실천은 지역 소멸 위기를 이야기하는 현시대에 로컬리티의 의미를 모색하고 재정의를 시도해 보고자 기획되었다. 먼저 용어 측면에서 본 전시에서는 ‘지역’, ‘지방’이라는 단어가 지닌 위계성, 중심과 주변으로 나누고자 하는 동력이 작용한다는 점에 근거해 다면적인 의미를 내포한 ‘로컬리티’라는 단어를 통해 살펴보려 한다. 국가 중심적인 패러다임이 주도하는 피상적 해석에서 벗어나 로컬리티에 주목해 본다. 우리가 서 있는 발 아래로부터 각자가 일상에서 남긴 증거인 발자국은 일상의 실천이자 전술로서 제시된다. 전쟁론에서 빌려온 ‘전술’이라는 용어가 여기서는 통상적 용례와 달리 설명된다. 전략이 권력의지의 주체가 행사하는 힘이자 구획된 계획인 반면에, 전술은 기존의 제도와 담론을 수용하면서도 빈틈과 맹점을 이용하는 술수이다. 전술은 문화적 구조를 재정향하고 고유한 위치 없이, 탈주하고 전복하는 것을 가리킨다. 경험, 만남, 연대라는 공동의 실천을 소개하는 것은 하나의 영역으로 국한할 수 없기에 7가지 전술로 나타낸다.

  1. 요충지_소문의 곳
  2. 체화된 기억
  3. 미래로의 연결망
  4. 그 풍경은 늘 습관적으로 하듯이
  5. 불안–조율–공존
  6. 경계감각
  7. 복수의 목소리로 이야기한다

전술은 단편적으로 작동하나 특정한 국면이 만들어 내는 균열을 조심스럽게 이용하는 책략이다. 이들 실천은 부단히 변화에 적응하고 찰나적이면서 또한 영속적인 현실을 주의 깊게 살핀다. 이것은 부산이 아니다: 전술적 실천은 실천이 진술하는 것과 경험 맺는 관계, 일상적 전술과 전략 사이의 불균형에 관한 증거를 드러낸다. 거주하기, 돌아다니기, 춤추기, 말하기, 읽기, 요리하기 같은 행동은 책략과 전술적 기습이 지닌 특징에 상응한다. 세르토에 따르면 최초의 지도는 일종의 도보 여행 일지로 실천적 공간의 이야기였다. 전시는 부산을 호명할 때 뻗어 나가는 지점들, 경험 · 시대정신 · 역사 · 기억 · 관계 · 현장 · 미래를 포획해 명민한 자세로 개입하거나 전유 · 점유 · 전환을 시도해 본다.(김소슬)

contents

인사말… 강승완 부산현대미술관장
대적은 누구인가?… 김소슬, 부산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일러두기… 이한범, 편집자
전술 1. 요충지_소문의 곳… 김은주, 거제섬도 대표
전술 2. 체화된 기억…김소슬, 부산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전술 3. 미래로의 연결망…김소슬, 부산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전술 4. 그 풍경은 늘 습관적으로 하듯이…오민욱, 영화 감독/부산독립영화협회 대표
전술 5. 불안 – 조율 – 공존…최승현, 독립기획자
전술 6. 경계감각…창파, 실험실C 아트디렉터
전술 7. 복수의 목소리로 이야기한다…이봉미, 예술공간 영주맨션 관리인
로컬리티: 경계, 연결, 생성의 교차…문재원, 부산대학교 한국민족문화연구소장
참여자 소개
크레딧



editorial note

이 책에는 수많은 작품이 있다. 책을 준비하는 한동안 이 책이 수많은 작품으로 채워진다는 것에 대해서 종종 생각했다. 책 한권이 많은 수의 예술 작품을 품게 되는 것이 아주 특별한 일은 아니다. 사전을 떠올려 보면, 책은 역사적으로 수많음을 감당하는 데 특별히 효과적인 장치였고 인간은 책을 통해 수많음을 효과적으로 통제해 왔다. 아니면 우리는 책을 통해 비로소 수많음을 통제하게 된 것일지도 모른다. 여하간 내가 책으로 다루어야 할 수많은 작품의 기록물을 두고 생각의 시간을 가지게 된 것은, 수많음을 가지런히 정리하고 정돈하려는 편집의 충동을 조금 지연시켜보고자 함이었다. 이 책은 사전이 아니라 전시와 연결된 무언가가 되어야 했으므로.

이것은 부산이 아니다: 전술적 실천은 ‘로컬리티’에 관한 전시다. 하지만 이 전시에서 로컬리티라는 용어는 수많은 예술 작품이 한데 모여 만든 꽤 복잡한 상황을 설명해주기보다는 이것들이 한데 모이게 된 정황 정도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다르게 말하면, 이것은 부산이 아니다: 전술적 실천에서 로컬리티는 예술 작품들에 대한 구심력으로 작동한다기보다는 차라리 원심력에 가깝다. 로컬리티라는 한 점에서 시작했지만, 예술 작품들은 제각각의 방향으로, 저마다의 거리만큼 튕겨져 나가 흩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 흩어져 있는 것들을 가만히 들여다 보고 있으면, 그것들은 목적지에 다다라 뿌리내려 가만히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어느 방향으로 길을 가고 있는 중임을 눈치챌 수 있다. ‘수많은 작품이 있다’라는 사실은 그것들이 흩어져 있는 이유, 여전히 이동중인 이유와 결속되어야만 비로소 의미를 가진다.

이것은 부산이 아니다: 전술적 실천은 7개의 ‘전술’로 이루어져 있고, 각각의 ‘전술’은 서로 다른 기획자들의 기획에 따라 구성되었다(참고로, 이 책에 수록된 작품 설명은 별도의 표시를 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모두 기획자가 작성한 것이다. 단, ‘전술 4 그 풍경은 늘 습관적으로 하듯이’는 반대로 별도로 표시하지 않은 경우 모두 작가에 의해 작성되었다). 나는 전시 막바지에 기획자들과 대화하는 자리에 참여했는데, 이 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각 ‘전술’의 구성은 전체의 기획에 종속된 것이라기보다는 기획자 저마다가 해왔고 또 해나갈 예술적 실천 그 자체를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흩어져 제각각 이동중이라는 느낌, 그 어수선함은 전체가 하나의 통일된 시간선을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저마다가 자신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구성하는데 몰두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알아채기 위해서는 풍경을 조망하는 것이 아니라 세부를 들여다 보아야 했다. 분명하지는 않지만 어떤 이유로 작품 속에 흘러 들어오게 된 물건들, 혹은 집요하게 추적해왔던 물질들, 이미지에 무의식적으로 스며든 장면들, 덮어두지 않고 남겨둔 생채기 같은 흔적들, 이런 것들이 수많은 작품이 이렇게 모인 상황을 불현듯 가늠하게 해준다.

그리하여 이 책은 우리가 흔히 ‘작품’이라고 판별하는 그 윤곽을 보여주기보다는 통상적인 ‘보기’보다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간 거리에서 그것을 보여주는 것을 주요하게 생각한다. 어수선하게 뒤섞인 모습들, 무언가를 모색해왔고 또 무언가가 되어가는 중인 확정되지 않은 자리들의 산만함을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또한 이들이 한데 모이게 된 연유, 이 전시가 시작하게 된 어떤 시작점이 잊히지 않도록 붙잡아 두기도 한다. 하지만 그 기억에 사로잡혀 너무 강하게 붙들지 않도록 손의 힘을 풀었다가 또 다시 쥐어 보길 반복하는 것이 편집의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