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e Hanbum

Talking

12하고 24

독립영화 반짝전 GV

12 하고 24 12 AND 24 김남석 | 2018 | 102min | 다큐멘터리

감독 | 김남석
각본 | 김남석
프로듀서 | 계명훈, 김남석
촬영 | 김남석
편집 | 김남석
미술 | 김남석
사운드 | 계명훈, 유한나, 김남석
음악 | 신세하, 오존
조명 | 김현수, 이인훈, 김남석
주연 | 박재현, 신은혜, 오준호, 정상권

2018 DMZ국제다큐영화제
2018 Doclisboa 필름 페스티벌
2018 DOK Film Market by DOK Leipzig
2019 인디다큐페스티발

시놉시스
신세하는 첫 음반을 내고 오존, 콴돌과 함께 밴드를 결성해 활동한다. 관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으며 밴드는 활발하게 공연을 이어가지만, 병원에 계신 어머니 걱정에 세하의 심경은 복잡하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불안정한 속내를 용기 있게 쳐다보고, 그것을 자기만의 방법으로 소리 낸다.

연출의도
우리 모두는 독특한 존재지만, 우리 모두가 우리 각자의 독특한 삶을 살고 있지는 않다. 신세하는 독특하고, 그는 그의 독특한 삶을 산다. 나는 12 하고 24에서 신세하와 그의 주변 인물들의 삶의 단편을 나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표현한다.

 

questionnaire

첫 장편 쿼타는 사라예보의 젊은이들을 다룬다. 특히 동세대의 형상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그들의 내밀한 삶 속 감정과 조건들, 문화적인 양식 같은 것들. 이것은 어쩌면 솔직하고 당연한 관심이기도 할 텐데, 그만큼 당대를 관찰한다는 것은 무척이나 난해하고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이에 대한 본인만의 접근 방식이나 이해가 있을까? 개인적으로 쿼타의 경우 재미있게 봤지만 영화의 인물들의 힘을 영화가 힘겹게 받아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혹은 관계의 내부로 깊숙이 들어가려다 어느 순간 벽에 막혔다는 느낌. 12하고 24는 그와 반대의 느낌이고.

영화에서 흥미로운 것 중 하나는 합주 장면과 공연 장면이 잘 구분이 안 간다는 것이다. 이 영화는 신세하의 음악을 계속해서 같은 방식으로, 톤으로, 덤덤히 보여준다. 신세하는 음악을 하는 사람이지만 그 음악은 최대한 꾹꾹 눌러 놓는다.

시작은 음악이라는 표면적인 가시성이다. 음악을 가능하게 한 것은 특정한 한 인간과 그가 맺는 관계, 관계가 놓인 시간과 공간이라는 점에서 영화라는 것은 꼭 필요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세하의 음악은 내밀한 삶의 경험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리고 영화는 그러한 내밀한 삶의 영역으로 진입할 수 있는 아주 독특한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공간에 불쑥 들어갈 수 있는 특권적인 것이라고 말이다. 관계의 방식으로서의 영화, 타자의 시간과 공간에 진입하는 도구로서의 영화에 대한 생각이 궁금하다.

이 작품은 매우 사적인 영화라고 생각했다. 영화가 보여주는 인물 신세하와 오존의 사적인 것이 아니라 김남석이라는 사람의 사적인 영화라고 말이다. 영화 전반에 걸쳐 카메라는 약간 낮은 앵글에서 올려다보듯 대상과 공간을 찍는데, 영화 공간 어딘가에서 가만히 웅크리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영화가 진행되면서 마치 고양이가 한발한발 조금씩 신중히 대상에 다가가듯 가까워진다. 혹은 대상에 대한 어떤 이해를 영화적으로 구조화한다. 능청스러운 픽션(거래 장면)이 나오기도 하고, 신세하의 일기장 내레이션이 나오기도 하고, 사물에 대한 클로즈업이 종종 등장한다. 영화의 시간이 축적됨에 따라 영화의 의미가 동시에 발생한다는 것을 명확히 환기시키는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촬영할 때와 편집할 때의 서로 다른 생각과 입장이 궁금하다. 그리고 그런 선택들의 이유가 궁금하다.

이 영화의 연출 중에서 나는 두 가지 점에 궁금증이 생겼다. 하나는 걷는 장면이 무척 많이 나온다는 점이다. 그것도 공들여 연출해서 말이다. 걷는 형상이 무엇을 보여주는가? 혹은 무엇을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두 번째는 인물을 담을 때 과도하다 생각이 들 정도로 사물이 들어온 경우다. 예를 들어 신세하가 방에 앉아 있을 때 꽃과 스프레이가 화면 밑에 가득 들어 차있다거나, 아파트 길을 걸어가는 장면에서 잔뜩 쌓여 있는 자전거를 화면에 채워 넣는다거나. 비슷한 맥락에서 거울이나 비친 창으로 공간과 인물을 보여 주는 것이나 사물이나 풍경을 정교하게 화면 안에 배치시켜 조형적으로 또 미적으로 보이는 장면이 많은데, 나에게는 이것이 다소 과도한 유미주의처럼 보이기도 했다.

제목인 12 하고 24는 신세하의 노래 티를 내의 가사 중 한 부분이다. 나는 이 가사가 무척 아름답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흘러가면서도 반복되는 것을 정확하게 환기시켰기 때문이다. 왜 이 부분을 제목으로 정하게 되었는가?

오존의 솔로 공연을 영화 마지막에 넣은 것은 의외이기도 했고 무척 감동적이기도 했다. 이 결정은 어떻게 내렸나?

한 인터뷰에서 이 작품이 미니 디지털 비디오로 촬영된 것을 다시 8K 카메라로 다시 찍는 과정을 거쳤다고 보았다. 이에 대해서 조금 이야기해 달라.

이 영화가 아련했던 것은, 화질의 아날로그 감성 때문이 아니라 어쩐지 이 영화는 여기서 종결되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다른 무엇으로 변주될 수도 이어질수도 없겠구나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