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e Hanbum

Talking

유령을 어떻게 쓸 것인가?

2020 아르코미술관 전문인교육 아트토크: 큐레이터의 글쓰기
주관 아르코미술관
장소 줌 온라인

program

전시를 둘러싼 글쓰기

오세원 (아르코미술관 교육자문위원, 씨알콜렉티브 디렉터)
(강의) 큐레이터로 써야 하는 글의 종류와 방법 (워크숍) 전시 기획서 작성

전시를 둘러싼 글쓰기

현시원 (아르코미술관 전시자문위원, 시청각대표)
(강의) 전시라는 목표를 만났을 때의 글쓰기(서문, 에세이, 인터뷰 등) (워크숍) 서문 작성

전시 작품 관련 글쓰기

이한범 (미술비평가, 나선프레스 대표)
(강의 및 토론) 작품에 대한 글쓰기의 비판적 검토

전시 홍보 글쓰기

백지홍 (미술비평가, 전 미술세계 편집장)
(강의+ 사례발표) 전시 홍보, 전시 리뷰, 보도자료 등 전시 홍보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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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llabus

본 워크숍은 큐레이터가 수행해야만 하는 수많은 글쓰기 중 ‘작품’과 관련된 글쓰기의 문제에 대해서 다룬다. 논점을 첨예하게 하기 위해 본 워크숍은 작품에 대하여 오늘날 우리가 수행하는 글쓰기가 ‘무엇을 하고 있는가’ 보다는 ‘무엇을 하고 있지 않은가’ 질문하며 시작할 것이다. 그 비어있는 곳을 바라보며, 우리에게 또 각자에게 필요한 글쓰기가 무엇인지 가늠해보고자 한다. 어떤 글쓰기가 필요한지 묻기 위해선 우리가 지금 미술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고 어떻게 이해하려 하는지에 대해 거리를 두고 살펴보는 일이 필요하다. 우리가 관성적으로 만들어 나가는 문장이, 그러니까 우리가 작품에 대해 무엇을 보려 하고 어떻게 판단하려고 하는지 그 자체에 대해 한발 물러서서 검토해 보자. 쓰기가 인지의 한 방법이라면 그것 또한 특정한 제도와 역사에 강하게 결속되어 있다는 것을 전제한다. 나와 작품 사이에서 스스로 간격을 확보할 수 있다면 거기서부터 작품에 대한 고유한 글쓰기는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

compass

비평이라는 단어가 서양철학의 한 용어로서 등장했을 때 그것이 의미했던 것은 앎의 한계에 관한 연구, 정확히 말해 가정할 수도 없고 규정할 수도 없는 것의 한계에 관한 연구였다. (…) 비평 역시 연구 대상의 정체를 밝히는 대신 대상의 접근 불가능성을 규명하는 데 주력한다.
조르주 아감벤, 행간 중에서

신비로움의 상실인 동시에 그것의 기념이며, 불의 공식과 공간의 소실이자 기억으로 존재하는 것이 소설의 본질 중 하나다. 오늘날 더욱더 빈번히 일어나는 현상이지만, 소설이 신비로움과의 관계에 대한 기억을 모호하다는 이유로 떨쳐버리고 계속해서 신비주의적 구원의 열악함과 불안함의 모든 흔적을 지워버리면서 더 이상 주문 따위는 필요 없다고 주장하거나 또는 최악의 경우 사적인 사건들을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그 속에 신비로움을 묻어버린다면, 언젠가는 소설이라는 형식 자체도 불의 기억과 함께 사라지고 말 것이다.
조르주 아감벤, 불과 글 중에서

시인-철학자는 사건의 핵심인 ‘혼란’이 ‘이전 언어에 대한 망각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적었다

이전 언어에 대한 망각으로 규정됨으로써, 모든 언어는 자신보다 앞선 언어의 상실을 ‘보수하는’ 동시에 그 언어의 부재가 돌이킬 수 없는 것임을 인정한다. 다시 말해 모든 언어는 앞선 언어의 재구성인 동시에 역설적으로 그 언어의 탈-구성이다. 요컨대 우리는 말을 함으로써 언제나 이미 잊어버리기 시작한다. 심지어-아니, 어쩌면 특히-우리가 이 사실을 모를 때 (더) 그렇다.
대니얼 헬러-로즌, 에코랄리아스: 언어의 망각에 대하여 중에서

상징적 사고에는 무의식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상징은 압축이나 치환에 의해 몇 가지 의미를 횡단적으로 서로 연결해가고자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상징적 사고는 자기 내부를 자유롭게 흘러가는 유동적 지성의 활동을 필요로 합니다. 이 유동적 지성은 단순히 정보 전달을 하거나 석기를 잘라내는 작업에 필요한 지성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성질을 갖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오늘날의 과학기술 교과서에 쓰여있는 언어가 아니라, 랭보의 시나 셰익스피어의 희곡, 연금술의 비법서 등에 쓰이는 언어처럼 의식 아래의 활동과 직결되어 있어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즉 그것은 무의식의 활동을 요구합니다.
나카자와 신이치, 대칭성 인류학: 무의식에서 발견하는 대안적 지성 중에서

그러나 여성적 글쓰기의 실천은 항상 남성 중심적 체계를 지배하는 담론의 한계를 넘어설 것이다. 여성적 글쓰기는 철학적-이론적 지배에 종속된 영토 안에서가 아니라 다른 곳에서 실행되고 있으며, 또 실행될 것이다. 자동주의를 파괴하는 주체들, 어떤 권위도 결코 굴복시키지 못하는 주변을 달리는 자들에 의해서만 이 여성적 글쓰기는 생각되어질 것이다.
엘렌 식수, 메두사의 웃음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