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e Hanbum

Talking

업체 eobchae × 류성실

⟪체리-고-라운드⟫(백남준아트센터, 2019) 아티스트 토크

참여 업체 eobchae × 류성실 + 이한범
일시 2019. 10. 26(토) 16:00
장소 백남준아트센터 이음-공간

 

questionnaire

캐릭터
이 작품에는 두 명의 주요한 캐릭터가 등장한다. 그리고 캐릭터로서의 ‘체리 장’은 두 가지 점에서 중요하다. 하나는 라고 하는, 체리 장이 북한의 핵미사일을 공격을 경고하는 유튜버로 나온 작품과의 연관성이다. 즉 체리 장은 한 작품과 다른 별개의 작품을 잇는 역할을 하는 존재다. 여기서 두 작품을 잇는 방식은 이야기 전개상 후속편의 개념이 아니라 그 캐릭터의 존재 방식 자체이다. 즉 괴랄하고 어처구니없는 유튜버, 그가 말하는 내용과 그 방식들 자체다. 체리 장이 캐릭터로서 중요한 이유는 그 캐릭터가 단지 업체의 작품 세계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은 다른 ‘가능세계’에서 초대된, 그러니까 이미 있는 무언가라는 사실이다. 그 가능 세계에서의 체리 장은 보다 더 적나라한 한국성을 표상하는 인물이다. 업체와 류성실의 협업 방식은 이렇게 공동 제작의 측면보다는 서로의 작품 세계가 캐릭터의 개입이라는 측면에서 흥미롭고 이에 대해 얘기를 해보고 싶다. 


다른 주요한 캐릭터는 발해인이다. 이 인물은 업체의 작품을 통틀어 가장 무난하고 정상적인 인물이 아닐까 한다. 이 인물의 역할은 시스템의 주문을 충실히 따르기 때문에 역으로 시스템의 모순을 드러내는 것인데, 이 캐릭터가 탄생하게 된 배경에 대해 듣고 싶다.

서사
이 작품은 분명히 이야기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 말하자면 캐릭터가 있고, 상황이 있고 배경이 있고 사건이 있다. 그리고 미래와 현재를 오가며 더 작은 단위의 이야기가 교차되는 구조이다. 이와 같은 이야기의 구조를 설정하게 된 배경과 문제 의식에 대해서 듣고 싶다. 특히 중국이라는 지정학적 위치를 특정한 이유가 궁금하다.


이야기의 서사 구조에 대해서 말하면서, 나는 업체가 생각하는 동시대라는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의 서사 구조에 대해, 그러니까 사건이 전개되고 발전되고 시간이 흘러 가는 모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 이 질문이 생겨난 이유는, 작품 곳곳에 그러한 동시대적 서사 모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기 때문이다. Dead End 라는 표현. 끝이 시작이고 다시 되돌아 나오는 그런 삶의 양식에 대한 암시. 발전이나 진보가 아닌 어떤 되먹임의 구조에 대해 얘기하는 것 같다. 이런 삶의 서사 모델에 대한 인식이 작품의 서사 구조에도 영향을 준 것이 아닌가 생각을 해보게 된다. 


한국성에서 보편적 동시대성으로
업체가 비판하는 것이 지극히 한국적인 것에서 보다 보편적인 동시대의 어떤 사고방식/행동양식이라는 것을 느꼈다. 요컨대 한국인 뿐 아니라 인간이라는 존재의 지극히 환멸적인 부분들에 대한. 작품에 비추어 보자면 지구온난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피상적이고 어처구니 없는 문제 해결의 과정같은 것들이, 결국은 실제로 일어날 개연성이 충분한 것들이라는 것이다. 
지정학적 위치로서의 서울에서 벗어나 서사의 무대는 중국으로, 화면의 무대는 인천 송도 신도시로 옮겨간 것도 이런 맥락에서 비롯되지 않았을까 한다. 
그리고 작품 안에서 주어진 단서들만을 가지고 생각해 보면, 가시적으로 보이는 사회적 시스템이나 인간의 사고방식/행동양식은 ‘전자 주석’이나 ‘체리 장’ 같은 보다 전지전능한 신적인 존재 혹은 신의 대리물에 의해 결정된다. 이전 시대의 신의 대리물이 사제였다면 이제는 유튜버가 되었을 뿐. 여하간 중요한 것은 그런 전능한 존재에 대한 끊임없는 환기가 아닐까 한다. 이전의 토크에서 종교를 많이 다루는 것에 대해 궁금하다고 질문하기도 했는데, 결국 핵심은 그와 같은 비가시적인 힘에 대해 끊임없이 환기시킨다는 점이다. 어떤 믿음과 믿음에서 나오는 생각과 행동이 가능해지는 그런 전반적인 프로세스같은 것이겠다. 
되돌아가서 말하자면, 나는 업체의 작품에서 캐릭터와 서사가 그러한 힘을 가시화시키는 데 있어서 중요한 장치라고 생각을 하게 된다. 이 문제에 대해 조금 더 열어 놓고 이야기해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