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e Hanbum

Talking

몇 개의 부분

위트앤시니컬 기획의 대담 프로그램 어제, 오늘: 대화 01

작가 김뉘연
대담 이한범
일시 2022년 3월 26일 토요일 오후 5시
장소 사가독서

 

questionnaire

부분과 바깥

김뉘연의 소설 부분을 보며, 나는 이것이 ‘전체’라는 것과는 별로 관련이 없으며 그보다는 바깥을 등장/생성/도입하는 작업이라고 생각했다. 부연하자면, 부분은 부분으로만 등장/생성/도입되는 어떤 세계/장소/사물을 탐색하는 일이다. 부분은 소설이기 보다는 소설이 되어가는 것인데, 그것은 이 작업이 소설을 검토하며 점차적으로 바깥을 찾아 나가는 과정과 일치한다. 때문에 부분에서 ‘소설’이란 것은 다른 무엇보다도 바깥을 등장/생성/도입하는 방법임과 동시에 바깥이 등장/생성/도입되는 장소라고 정의될 수 있다.

물론 이것은 하나의 추측 추론 추리이다. 이번 대화에서는 부분이 바깥을 위한 방법이자 장소라는 것을 확신해 나가기 위해 고군분투해 볼 예정이다. 부분이 김뉘연의 이전 작업들과 무엇을 공유하고 있고 무엇을 새로이 시도했는지를 살펴볼 것이고, 부분이 부분만을 남겨 나가는 방식과 과정을 추적해볼 것이고, 부분의 몇몇 부분들을 여러 사례와 함께 놓아 보며 부분이 부분을 통해 하고자 하는 것을 유추해볼 것이다. 그렇게 부분의 몸짓이 확인되면, ‘부분과 바깥’이 어떻게 현실과의 관계 속에서 사유될 수 있는지, 혹은 세계에 참여하는 방식으로서 이해될 수 있는지를 고민해 볼 것이다.

김뉘연 전용완의 마침(2019)에 대한 리뷰 직선운동과 회전운동: 문학적 수행과 통제(2020)에서 내가 규명하고자 한 것은 김뉘연 전용완의 작업이 생성해내는 운동성의 특성이었다. 나는 김뉘연 전용완이 지속적으로 수행해온 것이 텍스트와 책이라는 사물을 만들어 직선 운동을 회전운동으로 전환하는 일 혹은 회전 운동을 생성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이것이 김뉘연 전용완이 ‘문학적인 것’이 과연 무엇인지 질문하고 그에 대해 대답하는 탐색의 과정이라고 여겼다. 이번 대화는 나의 이 지난 해석에서 출발해보고자 한다.

직선 운동과 회전운동: 지난 작업들에 대한 소개

문학적으로 걷기(2016)
수사학: 장식과 여담(2017)
시는 직선이다(2017)
마침(2019)
(2020)
부분(2021)

두 개의 회전 운동: 감축과 생성

이전의 글에서 회전운동을 언급 했을 때 내가 가졌던 이미지는 우연적이고 열린 관계를 가능하게 하는 대칭적 연결을 수행하는 원심력의 나선형이었다. 『부분』에서는 여전히 이 운동이 수행되고 그것은 바깥을 위한 것이다. 하지만 『부분』에서 또한 발견되는 것은 한없이 감축되는 나선형이다. 그것은 주로 소설의 구성 요소를 하나씩 탐색하고 제거해 나가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확장 영화 – 확장 소설 – 결핍된 소설
-지워보는 것들의 목록
사건
주제
주인공
지면
서술어
이야기
도구
시작과 끝
신체의 움직임
목록

-남긴 것들의 목록
마침표(일기가 일기가 아니게 되는 순간)
활자(문학이 종말하는 순간)
부췌




-의도적인 삭제로 인한 의도적이지 않은 확장.
-최소한으로 남은 것, 부분에서 등장하는 모든 것들, 모든 것이 등장하기를 바라는 하얀색
-부분들
파편들의 몽타주, 부분의 반복이, 마치 마법의 주문처럼, 그것이 보여주는 것 바깥의 전혀 예측하지 못할 사물 세계를 환기시키는 것이 가능한가? 진실을 진술하는 한 형식으로서?

12쪽 다룰 수 있는 부분을 택해 그 부분을 할 수 있는 만큼 다루는 일에 대해 고민하면서 이러한 주제를 반영한 글을 완성할 예정.

홀리스 프램튼, 초른의 보조정리(1970)
사무엘 베케트, 쿼드(1981)

6쪽 “분리된 파편은 연결되었던 단면을 통해 없었고 몰랐던 모습을 드러내는데, 이는 일부 시에서 사건이 발생하는 방식을 닮아 있는지도 모른다. 단어와 단어 사이에서 생략되고 비약되어 접힌 사건의 모습의 부분”

10쪽 “ 책은 장소로 존재한다. 책에 시간이 존재한다면, 읽히지 않은 시간의 보전이 아닐까”

10쪽 “가능성의 실재는 미로다”

18쪽 “너의 면 위에서, 선은 118가지 소리로 구현된다”

20쪽 “조각을 펼치고 접으며 조각 바람을 만들어 움직이는 사람은 입김을 불어 날려 확보한 공간에 소리의 자리를 마련한다. 입 텅 빈 구멍 모음을 예비하는”

22쪽 ““그러니까 통풍을 신경 쓰겠다는 것이다.””

24쪽 “시작을 담보한 모서리만 갖춘 불완전한 프레임”

26쪽 “회전운동을 하며 몸집을 줄여 가던 이야기 앞에서 새가슴을 만났다. 한복판에 세로로 세 부분으로 된 부분이 튀어나온 겁이 많고 그릇이 작은 새…들어온 그것의 진동이 작은 진폭으로 손을 울리고, 너는 내가 겁이 많아서 운다고 여겼지”

34쪽 “말들은 그들끼리 무리 지은 안에서 너를 본다. 지면이 거울이 되어 너를 비추리라 생각해 보지만, 말들은 너를 보여 주는 대신 바라본다. 너는 말들에게 내쳐져 있다.”

36쪽 “세 사람의 귀와 입을 통해 반복되는 이 과정은 그대로 듣고 그대로 말한다는 생각이 일종의 환상임을 드러낸다. 말은 몸을 거쳐 가며 끝없이 변환되면서 순환한다.”

52쪽 “그렇다면 사실로 남게 된, 거짓 문장들. 그것은 너의 첫 모눈종이였을 수도 있다.”
-> “그리드는 지시 대상이나 텍스트가 없는 상태를 뜻하지만 그것은 허구이다. 왜냐하면 그리드는 자기가 재현하려는 동일한 표면 위에 구획된, 바로 그 표면에 대한 재현이기 때문이다.”

52쪽 “그러다 동네를 벗어났다. 너의 동네는 어디까지일까?”

56쪽 “바닥에 눈을 뺏겨 사방을 보지 못하고 맴돌다 돌아오고 싶다. 어디를 걸었는지 깨닫지 못한 채 돌아와 버리고 싶다. 그리고 다시 나가고 싶다. 기억하지 못한다면 반복할 수 있다.”

64쪽 “미래의 일기를 고쳐 쓰며, 너는 지속적으로 사라져 가는 미래의 과거를 누린다. 그것이 과거와 미래로 점철된 너의 현재다.”

64쪽 “짧고 여러 곳에 공개되어 있어 금세 찾아서 금방 볼 수 있다는 부분이 영화를 보기 좋게 완성한다.”

68쪽 “다시. 너는 소설을 장면으로 구성하기로 정한다. 그렇다면 소설의 장면에 그림자만을 드리울 수 있게 된다… 누구나 너의 소설의 표면밖에 볼 수 없을 것이고, 너의 소설을 표면적으로만 보게 될 것이다. 그것이 오늘의 너가 그림자에 바라는 바다.”

72쪽 “누운 몸의 부분은 불가피하게 떠 있다…미완성을 담보한 소설”

부분이 등장/생성/도입하는 외부의 의미에 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