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e Hanbum

Writing

같음/다름/둘 다/둘 다 아님

제21회 서울국제대안영상예술페스티벌 프로그램 노트.

 

같음/다름/둘 다/둘 다 아님
아드리아나 바보사 페르난다 페소아
2020 브라질, 미국 19min Mixed 에세이 필름 글로컬신작전 5

아드리아나 바르보사와 페르난다 페소아는 영화가 어떤 앎을 가능하게 하는 배움의 한 방법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있다. 그리고 이미 내게 익숙한 영화란 기존의 지식을 재생산하는 것임을 이해하고 있고 근본적인 의미에서 영화를 다시 사유한다는 것은 지식을 총체적으로 재구성하는 것으로 나아간다는 것 또한 이해하고 있다. 같음/다름/둘 다/둘 다 아님의 배경이 되는 팬데믹 상황에서의 고립은 어찌할 도리 없는 현실적 상황이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고립은 영화를 다시 사유하기 위한 두 가지 다른 몸짓을 시작하게 했다. 그것은 역사가 되지 못한 지난 시간 속의 대안적 영화 언어를 기억해내는 일, 그것을 숙고하기 위해 시차를 가진 대화를 지속하는 일이다. 물론 그것은 ‘영화’뿐만 아니라 ‘나’(와 ‘나’의 외부)에 대한 재사유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이 영화-편지는 다른 앎에 이르기 위해 서툰 글자를 꾹꾹 눌러 쓴 연습장이자 다른 현실로 나아가는 문을 열기 위한 두드림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P-9830
미키엘 반 바켈
2021 네덜란드 5min color 싱글 채널 비디오 글로컬신작전 5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풍경 속에서 어딘지 이상한 형상을 발견하게 된다. 하나는 야자수 가지처럼 축 늘어져 돌아가는 풍력발전기들이고, 다른 하나는 쪼그라든 아코디언처럼 짓눌려 화면에 점멸하듯 등장하는 길 위의 트럭들이다. 이 두 형상은 모두 화면의 중경, 그러니까 부산스러운 움직임이 가득한 원경과 움직임이 거의 없는 근경 사이에 놓여있다. 그렇게 카메라와 특정한 거리를 둔 움직임을 변형된 형태로 이미지화 함으로써 P-9830은 한 장소의 이질적인 시간성을 구체화한다. 아니, 자연스럽게 통합된 것 같은 풍경 안에서 이질적인 시간을 발견하고 분리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