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e Hanbum

Writing

모래와 사막

백프로(김진주 기획, 스페이스 애프터, 2025) 전시장에 놓임.


먼바다를 항해하고 돌아온 사람들에게 털어낼 수 없는 공포가 스미는 것처럼, 걸어서 사막을 통과한 사람들에게 채울 수 없는 상실감이 깃든다는 것은 여기저기에서 출몰하는 전설 같은 소문이다. 사막을 걷고 돌아온 사람들은 말을 잃고 누구도 알아들을 수 없는 옹알이를 해야만 했다. 파스스사사삭 소르르 르 르 바사사쏴 르르사박사박 크르르 흐슬흐슬 사사 삭 소르르르 사박사박파 스스 크르르르바사사 흐슬흐슬 사아락파스르 흐르스 [……] 그들의 옹알이 소리는 아이들의 옹알이 소리와는 조금 달랐다. 그래서 그들이 아이와 헷갈리는 일은 없었다. 그들의 소리가 모래의 소리와 닮았다고 해서 사람들은 모래 옹알이라고 불렀다. 사막에서 돌아온 후 서너 달이 지나면 모래 옹알이는 다시 점점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이 되어 간다. 사막에서 무슨 일이 있었고 왜 말을 못 하게 되었는지 모두가 궁금해 했지만, 사막을 통과한 사람들 자신도 딱히 그 이유를 설명할 수는 없었다. 그들은 그저 “사막에서 문장이 사라졌다”라고만 말했다.

사라졌으나 사라지지 못한 것들을 찾아다니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우연히 “사막에서 문장이 사라졌다”라는 말을 듣고 소용돌이로부터 사막으로 떠나왔다. 그는 ‘사라졌다’라는 표현을 두고 ‘돌아오지 못했다’라고 이해했다. 돌아오지 못한 문장이 사막 어딘가에 묻혀 있을 거라고 믿었으므로 사막에 오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그가 사막에서 처음 만난 것은 사막의 언어를 익힌 존재였다. 그는 사막을 방랑하는 오랜 동안 종종 그것을 마주칠 수 있었다. 그것은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었고, 그래서 그는 그것을 만날 때마다 문장을 본 적이 있는지 물었지만 그것은 언제나 대답이 없었고 바람 소리만이 들렸다. 그것으로부터는 어떠한 말도 되돌려 받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된 그는 그것과 마주치더라도 더는 말을 걸지 않게 됐다. 어느 날, 그것과 다시 마주쳤을 때, 그는 문득 그것이 언제나 무언가를 듣는 표정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그것 옆에 앉아 긴 시간을 보내며 그것이 듣는 것을 들었다. 하지만 정확히 그것이 무엇을 듣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것은 가끔 그러니까 몇 날에 한 번 손을 꺼내 무언가를 쓰듯 모래 위에서 움직였지만 모래에는 아무것도 쓰이지 않았다. 그는 그것의 손짓을 계속 따라 했고, 어느덧 그것의 손짓에 익숙해지자 그 손짓이 무언가를 쓰는 일이라기보다는 무언가를 지우는 일에 가깝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정확히 무엇을 지우는 일인지는 몰랐다. 그것은 한 번 손을 꺼내고 나면 긴 시간 잠에 들었는데, 그것이 잠에서 언제 깨는지는 그도 알지 못했다.

그는 오래전 잊혔다. 이건 그에 관해 여기저기에서 출몰하는 전설 같은 소문이다. 그가 사막에서 두 번째로 만난 것은 사막의 언어에 길든 존재였다. 그것은 모래였다. 모래는 그가 사막에 발을 내딛는 순간 가장 먼저 본 것이고 닿은 것이었기에 그가 사막에서 두 번째로 만난 것이 모래라는 이야기는 반쯤은 맞고 반쯤은 틀린 말이었다. 그는 자신이 언제 사막에 들어왔는지 기억나지 않을 때쯤 모래를 보게 되었다. 모래를 보게 되었을 때 그는 모래에 대해 정의하는 것이 불가능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람들은 모래가 입자가 작은 광물이나 암석이라고 알고 있지만, 그는 사람들이 반쯤은 맞고 반쯤은 틀렸다고 생각했다. 모래는 부서질 수 있는 단단한 모든 것이었다. 사막에서 모래는 끊임없이 움직인다. 그는 사막이 모래를 움직이게 하는지, 모래가 사막에 있어서 움직이는지 궁금했다. 하지만 그건 해결할 수 없는 대답이었다. 그는 오랫동안 모래의 움직임을 봤다. 정확히는 모래의 끊임없는 부서짐을 봤다. 사막에서 모래는 끊임없이 부서지는데 그것이 부서짐이 아니게 되는 건 모래가 사막의 언어에 길들었기 때문이다. 파스 스사사 삭소르르르르 바사사쏴 르르 사박사박크 르르 흐 슬 사사 삭소르르 르 사사박파스크르 바사사 흐슬흐슬 사아락 파스르흐르스 [……] 그는 사막에서 문장이 사라지고 사라진 문장은 사막에 남아 있지 않는다는 것을 이해했다. 사라진 문장은 사막에 묻히거나 모래들 사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막을 통과한 사람들에 의해 끊임없이 밖으로 옮겨진다. 사막을 통과한 사람들 사이에는 그가 모래를 보고 있는 모습이 전해지고, 그 모습은 언제나 신비로운 불꽃과 함께 목격된다.

문장은 사막을 버티지 못한다. 사막의 말은 모래처럼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