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도둑인가?
about
d/p는 매년 그 해의 키워드를 설정해 전시와 프로그램으로 엮어내고 있다. 미술의 문법으로 일구는 작업과 전시, 대화 등 전시 공간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들을 일상의 용어로 번역해보는 시도이기도 하고 혹은 일상의 용어가 전시 공간에 소환될 때 달라붙고 떨어져 나가는 감각과 의미를 건져 올리기 위함이기도 하다. 그 테마는 2018 년부터 노화, 독립, 실종, 도둑, 질감, 관객으로 이어지고 있다. 2021 년의 키워드는 ‘도둑’이다.
도둑은 무엇인가. 살인이나 폭력이 인간 본성의, 자연에 관한 것이라면 도둑은 지극히 사회적인 것이다. 도둑은 교환이 선행된 도덕과 법과 제도에 관한 것, 마음과 기분에 관한 것이다 살면서 도둑맞은 기분 한번 느껴보지 않은 이 없을 것이고, 사소하다는 이유로, 필요에 의해서, 또는 악의를 갖고 스스로 도둑이 되어본 적 없는 이 없을 것이다. ‘창작’을 매개하는 전시 공간에서 도둑은 또 다른 위상으로 읽히기 마련이다. 모방은 창작의 근간이 되지만, 모방과 홈치기는 오랜 시간 창작의 윤리를 가로막거나 창작과 창작자의 가치에 물음표를 던져왔다. 돌이켜보면 거의 모든 순간을 함께
해 온 도둑을 전시와 ‘도둑 연구모임’으로 풀어냈다. 이 책은 ‘도둑 연구모임’에 참여한 연구자들의 연구물을 엮은 것이다.
d/p는 ‘도둑 연구모임’을 시작하며, 몇 가지 질문과 문장을 공유했다. 이 질문과 문장들은 공통적으로 다음과 같은 것들을 품고 있었다. 누군가 일부러 숨겨놓은 진실, 맞춰지지 않는 퍼즐, 부당한 거래, 거짓말, 무심함, 무지, 이해할 수 없는 당연한 것들 불편한 상황, 과도한 의미부여와 오리무중의 의미체계. 이와 같은 의심들을 품고 변화하는 소유와 가치의 개념에 관한 연구를 진행해 줄 것을 요청했다.
함께한 연구자들은 도둑을 서로 다른 돋보기로 바라보았다. 도둑 행위가 품고 있는 혁명의 가능성을 발견하기도 하고, 의적을 비판적으로 읽어내기도 했다. 확장하는 신체의 역사를 추적하며 신체 소유 주체에 관한 질문을 하기도 했다 또한 세상의 수많은 도둑들을 짚어주었다. 미술사의 괴도부터 신의 대리인으로서의 도둑, 정보 도둑과 인지 도둑, 도래하고 있는 새로운 도둑에 관한 대처법, 그리고 스스로의 도둑을 고백하기 까지. 연구자들은 도둑의 원인 관계들을 새롭게 조직해주었다 이는 가볍고 유연하지만 언제든 날카로워질 수 있는 언어의 윤곽을 동시대의 눈으로 깊이와 넓이를 가늠해보는 작업이다. 무감했던 일상의 용어를 세심하게 들여다보며 다시 우리 눈앞에 가져다 놓았다. (이민지)
contents
들어가는 글 … 이민지
Part 1 도둑들
유장우…전 지구적 자동화 사회에서 우리는 무엇을 도둑질해야 하나-맥켄지 워크의 『해커 선언』으로부터
이도현…15 문답: 농작물 훔치기 풍습에 담긴 도둑질의 긍정성과 이면
김태휘…정의로운 도둑 고찰
김건희, 박현영…괴도 미술 연구
Part 2 도둑맞은 것들
손수민…우리를 노리는 도둑들
도둑맞은 것들 박금비…인공지능 도둑 연구
NewMiddleClass (조은수, 임재한)…어린아이의 영혼을 훔치는 도둑 연구 모임
Part 3 도둑되기
현식…도둑 게임을 시작하겠습니다
이름…도둑 도상 연구: 도둑의 시각적 규칙
조희수, 이동현…Sun Stealers
김주효, 이채윤…도둑일지:위반사로 균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