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e Hanbum

Engineering

유동적 미술관: 개념과 체계 연구

부산현대미술관 정체성과 디자인
장소 부산현대미술관
기간 2023년 4월 29일-7월 9일
참여 박기록(박고은, 김기창, 정사록), 치호랑 팩토리(김치완, 신재호, 옥이랑), 강문식&이한범, 폼레스 트윈즈(신상아, 이재진)

유동적 미술관: 개념과 체계 연구
강문식&이한범
서체 연구 최석훈
형태와 움직임 연구 워크숍 강수연, 안유민, 이효준
사이니지 연구 이다미
영상 강수연, 제이콥 페인 바버, 송은후, 안유민, 이민형, 진새롬
소설 정소영
벽화 드로잉 안유민, 전소영, 황윤정
신문 인쇄 디엠코리아

기획 배경

부산현대미술관의 지난 5년간의 큐레토리얼 실천이 다뤄온 아젠다는 ‘대안적인 미래 탐색’이다. 이를 위해 부산현대미술관은 ①생태주의에 기반한 공동체 상상, ②자본주의에의 성찰을 통한 사회 비판, ③기술 중심 문화 재고, ④미술 제도의 관습 뒤흔들기 등의 구체적인 담론을 설정하고 현재 공고히 작동하는 지식 체계에 대한 전투를 수행해 왔다. 그리고 미술 작품의 새로운 배치를 통해 다른 현실의 대안적인 사회문화, 즉 미래를 상상해왔다. 이를 요약하자면, 부산현대미술관은 당대와 긴밀히 접속해 있으면서도 당대와 시차(parallax)를 둔 장소라는 의미에서 동시대적(con-temporary) 미술관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현실의 다양한 힘의 작용에 섬세하게 반응하며 스스로 끊임없이 형태와 배치를 바꾸고, 나아가 사회와 문화의 재배치를 또한 적극적으로 수행한다는 점에서 ‘유동적 미술관’이라는 개념을 도출해볼 수 있다. ‘유동적 미술관’은 부산현대미술관의 그간의 큐레토리얼 실천과 미래에 관한 사유에서 발견되는 가장 주요한 정체성이자 향후 미술관이 나아가야 할 뚜렷한 방향성이라고 생각한다. ‘유동적 미술관’은 자신의 흐름을 돌볼 뿐 아니라 다양한 흐름에 반목하고 또한 재생산한다. 자신의 형태와 구조를 견고히 하고 지키려 하기보다는 끊임없이 자신을 스스로 무너뜨리고 다시 생성하는 일을 지향하는 운동성이다. 규정되고 정주하는 정체성이 아니라 유동성 그 자체가 미술관의 정체성이다. 이러한 끊임없는 ‘흐름’을 위해 미술관은 당대의 구체적인 현실과 동떨어지지 않고 그것에 깊숙이 참여하며 비판을 수행해야할 뿐만 아니라, 시민 사회에 또한 열려 있어 환대를 수행해야만 할 것이다.



디자인 개요

바람

바람은 불어오는 방향과 세기가 시시각각 변화하며, 보이지는 않지만 끊임없이 세계에 작용하는 힘의 흐름이다. 자연 뿐만 아니라 인간의 사회와 문화는 알게 모르게 바람에 영향 받고 그에 따라 형성되어간다. 바람을 살피고 가시화하기 위한 장치들은 형태가 쉽게 바뀌거나 끊임없이 움직이도록 만들어져 있다. 반대로, 끊임없이 형태가 바뀌거나 움직이는 사물을 통해 우리는 바람의 존재와 그 힘의 정체를 추측한다. 이번 프로젝트는 바람과 바람을 감지하는 사물에서 영감을 받아, 미술관을 바람이 모여들고 통과하는 플랫폼, 흐름을 감지하고 가시화하며 새로운 흐름을 재생산하는 장소로 파악한다.

부산현대미술관(Busan Museum of Contemporary Art)이라는 명칭을 구성하는 요소 중, 이 프로젝트가 주목한 것은 지역성(Busan), 기관(Museum), 제도(Contemporary Art) 등의 명시적인 항목이 아닌 이들을 연결하는 전치사 ‘of’의 ‘◦’이다. 우선 언어적으로, ‘◦’는 자기 자신은 의미를 가지지 않지만 그것이 바뀜으로 인해서 항목들 간의 관계가 바뀌고 전체의 의미가 변화하는 일종의 매개변수이다. 또한 이미지 차원에서 ‘◦’는 가장 높은 추상성을 가진 기호 중 하나로, 분화하고 변화하면서 구체적인 현실을 표현해 나갈 수 있는 원형이기도 하다. 즉, 멈춰 있는 상태가 아닌 당장이라도 무엇이든 될 수 있는 변화의 움직임을 예비하는 운동중인 상태의 한 지점이다. 마지막으로, 구멍으로서의 ‘◦’는 다른 차원적 공간으로 연결되는 상상을 자극하는 허구적 장치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미래를 상상하는 미술관의 사변적 능력을 암시하기도 한다.

변화와 확장

이번 프로젝트에서의 핵심적인 디자인 원리는 변화 가능성과 확장 가능성이다. 로고의 기본적인 상태가 정체성을 상징하도록 하기 보다는, 다양한 상황에 따라 예측할 수 없이 변화하고 확장하는 시스템을 강조한다. 이에 따라 ‘◦’는 형태가 변화하기도 하고, 배치가 바뀌기도 하고, 기능이 바뀌기도 한다.


composition

강문식&이한범, 유동적 미술관: 개념과 체계 연구, 2023, 신문, 56면.

부산현대미술관 MI 개발을 위한 초기 단계의 연구 내용이 정리된 인쇄물입니다. 이 연구는 크게 두 범주에서 이루어졌습니다. 하나는 부산현대미술관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탐색하는 것으로, 지난 5년간 미술관이 수행해온 활동에 대한 분석(44-45면)과 문헌 조사(53-54면)를 통해 이 프로젝트가 제안하는 ‘유동적 미술관’에 대한 개념을 찾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제안된 방향성에 따라 이루어진 조형 원리 연구로, ‘유동적 미술관’이 실제로 사용하게 될 디자인 체계에 필요한 형태적 요소와 그것의 운동성을 실험하는 것입니다(그리드 체계 연구: 4-5면, 서체 연구: 38-39면, 사이니지 연구: 40-43면, 형태와 움직임 연구: 46-51면).


  • 이 신문은 전시장 가운데 놓인 평상에 편히 앉아서, 또 자유롭게 가져가서 편한 곳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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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문식&이한범, 그리드 체계 연구: 벽화 드로잉, 2023, 벽에 색연필, 가변크기. 드로잉 참여: 안유민, 전소영, 황윤지.

이 벽화는 엄격한 그리드 체계가 변형하고 무너지는 과정을 모의 실험해보는 컨셉 드로잉입니다. 이 작업은 ‘변화와 확장’의 불안정한 운동성을 작동 원리로 삼는 M.I. 체계를 설계하기 위해 필요한 자료이기도 합니다.


제이콥 페인 바버, windh20, 2023, 2분 57초, 반복 재생.

말트디즈니(@maltdisney)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제이콥 페인 바버는 웹에서 수집한 방대한 양의 영상 클립을 재료 삼아 현실의 역동을 증폭하여 재생하는 몽타주 작업을 합니다. windh20은 ‘바람’과 ‘◦’을 주제로 커미션한 작업으로, 이 주제와 관련하여 웹 세계에서 떠도는 이미지들을 예측하지 못할 운동성 속에서 편집하여 보여줍니다.


이다미, 유동적 미술관을 위한 사이니지, 2023, 철에 도색, 가변크기, 가변 설치.

이 조형물은 바람에 날아가는 종이를 모티프로 정적인 것처럼 보이는 미술관에 어떤 흐름이 존재하고 있음을 암시합니다. ‘어떤 힘’으로 인해 변형된 물질은 무언가를 자연스레 가리키고, 우리를 어딘가로 안내합니다.


이한범, 필드 노트, 2023, 사운드 설치, 반복 재생.

부산 필드 트립 중 기장의 어느 해안가에서 땅 쪽으로 불어오는 바람을 윈드스크린 없이 기록한 소리입니다. 특정 소리를 선명히 녹음하기 위해 필드 레코딩에서는 바람 소리는 대개 없는 듯 제거되어야 하지만, 오히려 바람 소리에 집중하면 그것은 노이즈처럼 들리고 끊임없는 움직임과 존재감을 알아챌 수 있습니다.

080103-006.mp3


영상들

강수연, 안유민, , 2023, 스톱 모션, 반복 재생.
형태와 움직임 연구 워크숍에서 생산된 작업 중 일부를 이용해 끊임없이 형태를 바꾸는 ‘ㅇ’를 무빙 이미지로 보여줍니다.

이민형, Busan MoCA, 2023, 1분 5초, 반복재생.
강문식&이한범의 부산현대미술관 로고 시안을 이용해 ‘유동적 미술관’을 표현합니다. ‘ㅇ’가 활성화되면 드러나지 않았던 외부의 복잡하고 역동적인 움직임이 등장하고, 미술관 또한 끊임없이 움직이고 변형합니다

진새롬, ◦◦◦◦◦, 2023, 50초, 반복재생.
‘◦’의 저편 공간에서 등장한 다섯 개의 ‘◦’로 만든 캐릭터 입니다. ‘◦’들은 때론 어떤 모습을 갖췄다가 때론 흩어지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