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e Hanb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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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의 책

전시

참여 작가 김건우, 김연진, 문서호, 박원근, 송석우, 임현지, 홍예진
기간 2024년 5월 24일(금) – 6월 8일(토)
장소 Art Space 3 (서울특별시 종로구 효자로 23 B1)
기획 이한범
그래픽 디자인 강문식
기물 제작 브라운빌딩
주최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한국예술종합학교 발전재단
후원 신영증권

출판

김건우, 김연진, 문서호, 박원근, 송석우, 이한범, 임현지, 홍예진
편집 이한범
편집 도움 안유민
디자인 강문식
사진 함정식
면수 224
크기
발행 K’ARTS PRESS
발행일 2024년 10월 24일
ISBN 979-11-977267-2-9

about

오래된 농담이 날씨를 맛보려면 누굴 저녁 식사에 초대해야 할까? 닿을 일 없다면 깨질 일도 없을까? 숲이 흔들리는 건 초록이 움직이는 일일까, 새가 우는 일일까? 착한 사람들은 보폭을 맞춰 걷는다는데, 그들은 과연 이름 없는 섬에 다다를 수 있을까? 앎은 불안의 뒷덜미를 잡는 일일까, 아니면 손을 맞잡는 일일까? 신중히 놓아둔 것과 어쩌다 그렇게 된 것은 서로 잘 아는 사이일까? 동그라미의 말을 듣기 위해 신경 써야 할 건 속도일까 위치일까? 한낮임에도 불구하고, 사물과 대화하기 위해, 질문은 나선의 밤을 보내지 않았을까? 그 밤에 희망은 비로소 질문을 입양하지 않았을까?

composition

exhibition

김건우, 정직성

일기 쓰듯 드로잉을 그려 나가던 와중, 김건우는 ‘야외에 나가서 그림을 그리니 그림에 날씨가 담기더라’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물음은 여기서부터 시작했다. 그림에서 정직함이란 무엇일까? 이후 김건우가 그린 일련의 그림은 그녀가 친밀한 관계를 형성한 ‘보라색 여자’와 나눈 허튼소리를 장면화한 상상도다. 이와 대비되는 그림은 그녀가 발레 교습소에 다니며 관찰한 사람과 풍경에 대한 묘사다. 어떤 것은 그려질 수 없고 어떤 것은 쉽게 그려진다. 그려지기 위해서는 특별한 그리기가 필요할 때도 있다. ‘정직성’은 시작도 끝도 다른 두 종류의 그림들을 대비해 봄으로써 (동시에 이 그림들의 근원엔 같은 그리기 주체성이 있다고 가정함으로써) 그림의 진실성이라는 복잡함에 관해 생각해 보는 일이다.

  1. 미인과 결혼식, 2024, 종이에 수채 물감, 34×24.7cm.
  2. 마이클 잭슨 말단, 2024, 종이에 수채 물감, 24.7×34cm.
  3. 아픈 날, 2024, 종이에 수채 물감, 24.7×34.cm.
  4. 태성집 여섯 명, 2024, 종이에 수채 물감, 24.7×34cm.
  5. 관절 거열형, 2024, 종이에 수채 물감, 34×24.7cm.
  6. 누런 신혼, 2024, 종이에 수채 물감, 34×24.7cm.
  7. 앞 집은 미용실, 2024, 종이에 수채 물감, 24.7×68cm.
  8. 상수동 아홉 살, 2024, 종이에 모노타이프, 수채 물감, 색연필, 76×107.7cm.
  9. 보리통 건물 2층, 2024, 종이에 모노타이프, 수채 물감, 63.4×149.5cm.
  10. 보리통 건물 2층, 2024, 종이에 모노타이프, 수채 물감, 50×70cm.


김연진, 더 비극적인 이별

김연진의 유리 조형물에는 자신이 겪은 질병에 대한 경험이 표현되어 있다. 직접적으로는 자신의 몸에서 자라나던 종양의 모습을 닮기도 하고, 그 질병을 통과하는 시간 속에서의 감정과 상황이 해석되어 있기도 하다. 그녀는 이별을 마주하는 방식으로 ‘비극적이지 않기’보다는 ‘더 비극적인 이별’이 필요한 것이 아닐지 물은 적이 있다. 이 물음을 통해, 조형물의 의미는 경험의 형상화로부터 상황에 대한 총체적인 모색으로 나아간다.

  1. 팍-슉-, 2023~24, 내열 유리, 아크릴, 가변 설치.
  2. 울음이 눕는다, 2024, 내열 유리, 가변 설치.


문서호, 미결정색

문서호는 색이 일종의 ‘관계적 물질’이라고 말한다. 이 생각은 ‘색들의 관계’가 아니라 “색과 색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움직임”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한다. 중요한 것은 색에 내재한 의미가 아니라 색이 도입됐을 때 생겨나는 변화들, 혹은 어떠한 색이 타당하게 물질화될 수 있는 연유이다. ‘미결정색’은 색의 도입이 열어내는 가능성을 샅샅이 살펴보기 위해 고안된 생각의 방법이다. 이 가능성은 색의 ‘다음’을 향한 것일 뿐만 아니라 ‘이전’까지를 포함한다. 바꾸어 말하면 「미결정색」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의 색의 잠재성과 그 역량에 관한 물음이다. 그러므로 이것은 회화에 대한 것이기도 하면서도 회화만을 향한 것은 아니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에 대한 모색이기도 할 것이다.

  1. Untitled, 2024, 천에 유채, 162.2x112.1cm, 가변 설치.
  2. Untitled, 2024, 천에 유채, 193.9x130.3cm, 가변 설치.
  3. Untitled, 2024, 천에 유채, 162.2x130.3cm, 가변 설치.
  4. Untitled, 2024, 천에 유채, 145.5x112.1cm, 가변 설치.
  5. Untitled, 2024, 천에 유채, 193.9x130.3cm, 가변 설치.
  6. Untitled, 2024, 천에 유채, 130.3x130.3cm, 가변 설치.
  7. Untitled, 2024, 천에 유채, 130.3x80.3cm, 가변 설치.
  8. Untitled, 2024, 천에 유채, 97x97cm, 가변 설치.
  9. Untitled, 2024, 천에 유채, 193.9x112.1cm, 가변 설치.
  10. Untitled, 2024, 천에 유채, 90.9x72.7cm, 가변 설치.
  11. Untitled, 2024, 천에 유채, 90.9x65.1cm, 가변 설치.
  • 전시 기간 중 작품의 위치가 바뀝니다. 5~11번 작품은 6월 4일부터 전시장에 놓입니다.


박원근, 그림의 경계

박원근의 그림들은 종종 멀리 내다본다. 하지만 중요한 건 ‘본다’는 것이 아니라 ‘먼’ 것이어서, 캔버스를 채우는 건 공상적 이미지가 아니라 그리움과 안부, 바람과 염원이 적힌 편지 같은 이미지다. 수신인 없는 이 편지-이미지는 멀리 있는 곳과 멀리 있는 것을 향해 멀리 가보기 위해 만든 자기 자신을 위한 지도 같기도 한데, 이것이 지도와 같다면 우리 또한 그림이 이끄는 멂을 향해 가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리기가 이런 신비로운 일을 일으키기 위해선 필연적으로 그림이 되어야 하면서도, 동시에 그림으로부터 가능한 한 벗어나야 하는 난처함에 처하게 된다. 박원근에게 ‘그림의 경계’는 바로 이런 문제 속에서 그리기에 대해 숙고해보는 과정이다. 이 경계 탐색 작업은, 반 회화적이기보다는 그림을 더 적극적으로 끌어안기 위함일 것이다.

  1. 단위, 캔버스에 유채, 65.1x65.1cm, 2024.
  2. Chromatics, 캔버스에 유채, 96x96cm, 2024.
  3. 모래시계를 든 손, 캔버스에 유채, 145.5x112.1cm, 2024.
  4. 일러두기: 크고도 작은, 종이에 혼합 재료, 가변 크기, 2024.
  5. 일러두기: 밤의 식민지들, 종이에 펜, 가변 크기, 2024.
  6. 수성의 책갈피, 캔버스에 유채, 97x130.3cm, 2024.


송석우, 연출 실험

송석우는 그간의 작업에서 개인과 개인, 개인과 사회와의 관계성을 탐구하기 위해 안무 된 인물, 의도적으로 연출된 장면을 사진 이미지로 만들어 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간의 것과는 다른 개념, 방법의 사진적 연출을 모색해 보며 주제에 관한 다른 층위의 이미지를 찾아 나가 본다. 그리하여 남겨진 사진에는 어딘지 기묘한 순간에 놓인 사물들, 불안함을 불러일으키는 풍경이 있다. 약화한 통제로 인해 명시적인 의미는 자취를 감추지만, 인간과 사회와의 관계성에 관한 질문은 보다 강화되고 그 주제에 대한 해석적 난관이 다시 문제로 떠오른다.

  1. Different irises, 2024,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55x44cm.
  2. Weak-willed hand, 2024,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22.4x28cm.
  3. Silent scenery, 2024,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가변 크기.
  4. Riddler #01, 2024,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50x40cm.
  5. Riddler #02, 2024,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50x40cm.
  6. Riddler #03, 2024,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50x40cm.
  7. An unsolvable riddle, 2024,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106.7x80cm.
  8. Floating smog, 2024,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106.7x80cm.


임현지, 개구리 문제

우연히,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예기치 않게, 피할 수 없는 방식으로 불현듯 어떤 형상이 그림 안에 드러나게 되는 순간이 있고, 그것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 고민하는 개념적 도구가 ‘개구리 문제’다. 임현지는 애써도 외면할 수 없고 또 익숙한 그리기로는 해결할 수 없었던 그 난감한 회화의 상황 주변을 오랫동안 맴돌다가, 하나의 작은 농담을 그림으로써 그 문제를 다뤄 보기로 한다.

  1. Matter of frog, 2023-2024, 캔버스에 유채, 146x112.5cm.
  2. You owe me, 2023-2024, 캔버스에 유채, 162.5x130.5cm.
  3. Arthur, 2023, 캔버스에 유채, 146x89.5cm.


홍예진, 그래픽 픽션

홍예진의 작업 근간에는 모종의 긴장이 미학적으로 구성되는 순간에 대한 매혹이 있다. 그리고 그 순간은 대개 추상적으로 단순화된 형태가 등장함으로써 가시화된다. 하지만 중요한 건 형태 자체가 아니라 그래픽을 다룸으로 인해 생겨나는 순간적인 요동이며, 이 요동을 이미지로써 다루기 위해 홍예진은 형태의 위치를 미세하게 조정하고 그것의 속도를 관찰한다. 그러므로 그녀가 조형하는 것은 형태가 아니라 형태들이 결부된 상황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픽 픽션은 그래픽의 다룸으로 생성되는 픽션에 대해 생각하고 또 현실화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일이다. 그리고 여기서 전망되는 픽션은 대개 통제되지 않고 붙들리지 않는 움직임, 시끄러움이다.

  1. crawl out, 2024, 종이에 색연필, 22.8x15cm (15개), 가변 설치.
  2. OO’s scape, 2024, 캔버스에 유채, 194x97cm.
  3. 점 밖의 점 (extra point), 2024, 종이에 아크릴과 색연필, 17.8x10cm(22개), 17.8x20cm(2개), 17.8x30cm(2개), 가변 설치.



publication

editorial note

‘질문’과 ‘책’에 관한 사소한 환기가 필요하다. 질문의 책에서 ‘질문’은 의문형 문장부호가 붙은 물음에 국한하지 않고, ‘책’은 지면이 순차적으로 나열된 물건을 이르지 않는다. ‘질문’은 답을 구하는 지침이 아닌 조형의 대상이며, 작품은 질문의 조형성 안에서 문제시 된다. 이러한 질문과 관련하여 책은 아마 영원히 완성되지 못할 프로젝트일 것이다. 그것은 다만 지치지 않고 우리에게 읽기를 요구한다. 최초의 제안은 ‘각자의 작업을 구성하고 또 촉진하는 사물과 힘에 관해 숙고’해보는 것이었다. 우리는 처음에 이것을 ‘협력적 관계의 탐색’이라고 불렀고, 이를 통해 ‘작품’이라는 사물의 내재적인 네트워크를 그려보고자 했다. 이것은 자기 자신을 명시화하는 일이라기보다는 아직 상상되지 못한 다음의 조형을 모색해보기 위함이었다. ‘질문’은 이 과정의 중간에 발견된 하나의 관념이다. 질문의 책이라는 기획의 근간을 형성하기 위해 상상했던 ‘움직임의 방식’은 다음과 같다. 생산 없는 생산, 반 발 뒤로 물러남으로써 시작하는 여정—방랑, 보여줌/ 보여짐 아닌 읽힘/읽기. 이것은 예술을 형태화하는 당대의 제도들, 특히 예술학교와 예술교육에 관한 문제의식 속에서 상상된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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