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용돌이에 관한 전설
K는 소용돌이에 관한 전설을 찾아 전 세계를 떠돌아 다니는 고고학자다. 그는 수십년 동안 소용돌이에 관한 수많은 전설을 수집했지만, 그가 진정으로 원하는 이야기는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그가 진정으로 원하는 소용돌이에 관한 이야기란 소용돌이의 안쪽에 관한 이야기였다. 하지만 그가 가진 것이라곤 소용돌이를 멀리서 본 이야기들 뿐이었다. K는 소용돌이에 관한 그 수많은 전설이 소용돌이에 관해 말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소용돌이에 관한 공포만을 말할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공포는 두 가지 이유에서 비롯한 것임을 알아챘는데, 하나는 앎의 불가능성이고 다른 하나는 정복 불가능성이었다. K가 아는 한 소용돌이를 정복하고 소용돌이에 대해 이해한 문명은 남아있지 않았다. 남은 것은 불가지론의 상징적 이미지 뿐이다.
나선형의 점토 원판이 발견됐다고 알려진 머나먼 섬을 조사하던 K는 한 늙은 남자를 우연히 만났다. 만났다는 표현은 조금 틀린 것일 수 있는데, 왜냐면 K는 섬에 머무는 몇 년 동안 그 남자를 수도 없이 마주쳤었기 때문이다. 어느 날 문득 길에서 마주친 그 늙은 남자의 걸음걸이가 어딘지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챘을 때에서야, K는 비로소 그간 그 늙은 남자를 수도 없이 마주쳤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늙은 남자는 오른발을 내디딘 뒤 오른발을 아주 짧게 한번 더 뒤로 끌었고, 그동안 왼 팔꿈치를 살짝 위로 꼬아 올렸으며, 그동안 고개는 뒤로 비스듬하게 꺾여 세 번 흔들렸고, 그동안 오른 어깨는 위아래로 두 번 가볍게 튕겼으며, 그동안 오른 손은 주먹이 꽉 쥐어져 있었다. 이건 그의 걸음 하나에 대한 묘사다. 이 모든 움직임은 거의 눈에 띄지 않는 것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늙은 남자의 걸음걸이가 이상하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는 다음과 같다. 그의 다음 걸음은 이전의 걸음과 결코 같지 않다는 것이다. 모양도, 방향도, 속도도 단 한번도 같은 적이 없었다. 걸음은 생겨남과 동시에 사라졌고, 때문에 그건 이동이라기보다는 번쩍이는 섬광과 같은 것이었다. 이것이 K가 늙은 남자를 수도 없이 마주쳤음에도 불구하고 수 년 만에야 비로소 알아챈 이유다. 늙은 남자는 한 걸음을 내딛고 다음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변신하는 것만 같았다. K는 뻔히 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순간 끊임없이 일렁이는 그 존재에 당황했고 그런 존재 방식이 있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었다.
K는 한동안 늙은 남자를 관찰하며 그가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고, 말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K는 그가 리듬 없이 걸음으로써 무언가를 말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왜냐하면 그의 걷기가 종종 어떤 소리처럼 들리고 이야기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K는 늙은 남자가 소용돌이의 안쪽으로 모험했던 이들의 마지막 자손이 아닐까 추측했다.